현대글로비스의 승부수, 주가 '홀로서기' 가능할까 '주주친화·투자·재무' 다 담아 발표…보유 현금 4조, 재원 걱정은 없어
이호준 기자공개 2024-07-01 09:36:24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6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설립 이후 최초로 무상증자를 실시한다. 더불어 중장기 투자전략과 주주친화책을 발표하며 하루 만에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종합 패키지 정책을 내놨다. 그간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배구조 이슈에 한정돼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승부수가 회사의 매력 자체로 시장에 어필할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보유 현금 4조…종합 패키지 주주·투자 정책의 배경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보통주 1주당 1주(총 3750만 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7월 15일, 상장 예정일은 8월 2일이다. 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아무런 대가 없이 기존 주주의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나므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배당 정책도 손질했다. 그동안은 배당금 인상 수준이 전년도 주당배당금의 '5~50% 사이'였다면 앞으로는 전년 대비 '최소 5% 상향, 배당성향은 최소 25% 이상'으로 변경된다. 배당금 확대의 상한선이 사라지고 고배당 수준의 배당성향이 약속된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한결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적 호조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5조6831억원, 영업이익은 1조554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2022년 수치들과 큰 차이가 없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6조5864억원, 영업이익 3847억원으로 준수한 흐름을 유지했다.

현금 곳간이 풍족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1분기 보유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 27조원,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제시해 현금 유입을 지속 예고한 상황이다.
미래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로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2024년~2030년 7년간 누적 약 9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연평균 1조3000억원 수준인데 그간 연 자본적지출(CAPEX)로 3000억원 안팎을 지출해왔던 회사에겐 상당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사업 쪽에서 관심 필요…수익 다변화도 절실
불과 하루 만에 무상증자, 배당 정책 손질, 중장기 투자전략이 다 나왔다. 시장이 좋아할 만한 사업·재무적 이벤트를 다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관건은 실제로 투자자들이 이에 호응할지다. 2001년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물류·해운업 계열사다.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사업의 확장성 측면에선 이목을 크게 끌지 못했다. 단편적으로 역대급 호황에 힘입어 현금 곳간을 3조원까지 채웠던 지난 2022년에도 주가는 17~18만원 선만 오갔다.

가끔가다 관심을 크게 받을 때는 '지배구조 이슈' 때문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20%로 높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 추진 시기와 바로 얼마 전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 루머가 퍼진 날 등에 주가가 급등하는 양식이 반복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가 승부수를 던진 만큼 이제는 사업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어낼 생각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스마트 물류 솔루션, 수소,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삼고 있다.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온 만큼 인수합병(M&A)으로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업의 독자성을 부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현대글로비스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기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다. 신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비계열 물류 수행 확대 등이 수익 다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도 2030년에는 매출 40조원 이상, 영업이익 3조원을 달성한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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