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회사채 '정액수수료' 반응 '엇갈리는' IB들인수물량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중소형사 '환영' vs 대형사 '불만'
권순철 기자공개 2024-08-09 07:29:4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4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이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발행사로부터 인수금액의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이와 관계없이 정액 수수료를 지급받는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연출되고 있다. 인수 역량이 약한 중소형 하우스들 사이에서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대형사들의 경우 기관을 모집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이 충분히 보상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삼키고 있다.
◇회사채 수수료 지급 관행 '변화'…인수물량 관계없이 '동일한' 수수료 보장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트리플 B급으로 평가받는 AJ네트웍스는 4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마무리했다. 2년물 300억원, 3년물 100억원으로 트랜치를 구성했으며 기관 수요예측에서 각각 1550억원, 9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증액 발행 한도는 500억원이었지만 최종 발행액은 410억원으로 결정됐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건 대표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이 모두 동일한 인수수수료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은 각각 150억, 150억, 110억원을 인수했지만 모두 동일한 인수대가인 3100만원을 가져갔다.
주관사들의 인수 금액이 다름에도 동일한 보상을 받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동안 발행사들은 인수 물량이 많은 증권사들에 대해 더 높은 수수료를 보장했다. 수수료율 자체는 모든 증권사들에게 동일하게 공시하지만 인수 물량에 차이가 있다면 차등적인 보상이 지급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행사들의 수수료 지급 관행이 바뀌고 있다는 후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증권사들을 주관, 인수단으로 꾸리려는 발행사들은 웬만하면 동일한 수수료 금액을 맞춰주려고 한다"면서 "증권사들이 기관 수요 모집을 위해 동일하게 노력했는데 다른 보상이 적용되자 공정성 관련 이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공모체 발행을 마무리한 KCC글라스도 유사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당시 2년물 트랜치에 배정된 500억원을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절반씩 인수하고, 3년물 1000억원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500억원씩 인수했지만 KCC글라스는 이들 모두에게 5625만원의 정액 수수료를 지급했다.

수수료가 동일하게 지급된다면 인수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한 증권사들이 유리한 포지션을 점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반 회사채(SB) 시장에서 발행사들이 이들 중소형 하우스들을 인수사로도 선임하지 않는 배경에는 캡티브 요구 관행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관 수요를 모집하는 역량이 미진하다는 판단이 한몫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관 계약을 맺은 중소형사들은 수요 모집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액 수수료가 보장돼 수요 모집에 소홀해지는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중소형사 IB는 "대형사와 비교해 발행사와 거래 맺기가 안 그래도 어려운데 힘들게 얻은 주관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내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며 일축했다.
반면 대형사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지주 산하 하우스들은 동 계열 기관들의 참여를 약속하면서 힘겹게 주관 계약을 따내는데, 그렇지 않은 증권사와 보상이 같다면 허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데 공통된 의견을 내고 있다.
한 대형사 IB는 "기관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투입 노력과 비용이 상당한데 보상을 동일하게 지급하니 불만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또 다른 공정성 이슈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회사채의 경우 발행사들의 결정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시장 구조이기 때문에 이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인수수수료의 규모 자체도 크지 않아 설령 발행사들의 수수료 지급 관행이 바뀌어도 하우스들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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