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인수 경쟁' 삼성전자-LG전자, 왜 존스콘트롤즈 탐냈나 HVAC사업부 공조기술력·글로벌 영업망 노려, M&A 방향성 확인
이영호 기자공개 2024-08-20 07:59:17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9일 10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존슨콘트롤즈 HVAC사업부 인수전에는 국내 양대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원매자로 참여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양사가 같은 타깃 인수에 뛰어든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상하는 새 M&A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19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콘트롤즈 HVAC사업부는 지난달 독일 보쉬그룹에 매각됐다. 총 거래 규모는 81억달러로 조 단위를 훌쩍 넘긴 초대형 거래가 성사됐다.
쟁쟁한 전략적투자자(SI)들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숏리스트에 들었지만 끝내 보쉬에 밀렸고, LG전자는 예비입찰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최종 인수는 불발됐지만, 국내 양대 가전기업이 한 기업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진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금번 인수전을 통해 양사가 냉난방공조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글로벌 영업망을 탐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두 기업이 원하는 신규 M&A의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관측이다.
냉난방공조 기술은 건물의 냉방, 난방, 환기 제어 설비 제작에 활용된다. 효율적인 제어로 건물 내 쾌적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추구하는 것이 글로벌 트랜드다.
존슨콘트롤즈 HVAC사업부는 공조 기술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까지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존슨콘트롤즈는 건물용 자동 온도 시스템을 앞세워 미국에서 1880년대부터 사업을 영위했다. 기술력은 물론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100년 넘게 인지도를 쌓은 만큼 전 세계 공조 분야 영업망도 강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일찌감치 냉난방공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대규모 빌딩, 산업시설에 공조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B2C 가전시장에 한정된 탓에 글로벌 선두주자 위상과는 거리가 있다. 존슨콘트롤즈 HVAC사업부를 품었다면 단번에 선두권 공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가전기업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제품 기술력은 높지만 산업용 공조시장은 또 다른 필드"라며 "대형 건물, 산업 시설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현지 건설사와도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는데 터주대감 격인 기존 플레이어들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공조사업 강화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건물 관리 시스템(BMS)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BMS에서 냉난방공조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사물인터넷(IoT), AI 기술을 활용해 중앙 제어 시스템과 건물 내 흩어진 각종 설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BMS가 고도화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공조, IoT, AI 등 BMS에 활용되는 거의 모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공조사업을 앞세워 BMS 밸류체인 내 존재감을 높이려는 구상을 그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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