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8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숫자는 잔인하다. 숫자의 내막을 꿰뚫어 보고 긍정적인 부분을 끄집어내려고 해도 '마이너스 수천억' 같은 좋지 않은 숫자는 있는 그대로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 달려들었던 국내 배터리 회사들에 최근의 숫자는 너무 잔인하다.외부에서 겉핥기만 하는 입장에서도 배터리 업계에서 '업황'이라는 것이 마치 자연재해처럼 느껴질 것 같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태풍, 홍수, 열대 기후성 스콜처럼 말이다. 아무리 글로벌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는 기업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소처럼 다가올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업황은 어느 업군에나 존재한다. 2010년대 중후반 범용 화학사들은 수천억, 많게는 조원대 영업이익을 우습게 벌었다. 지금은 생산 시설의 '심장' 격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파냐 마냐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태양광 밸류체인의 가장 기초 단위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영위하던 OCI는 국내 생산 라인을 철수했다. 중국의 물량 러시에 두 손을 둘었다. 그런데 지금의 OCI는 말레이시아에 남겨 뒀던 폴리실리콘 공장 라인이 그룹 최고 캐시카우다.
반대로 한화같은 태양광 밸류체인 상단에 있는 기업들은 상황이 정반대다. OCI가 부진할 때 수익을 냈던 한화솔루션은 최근 태양광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했다.
현 시점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에 '언젠가 좋아질테니 참고 기다리자'는 메시지는 진부하지만 이외 더 해 줄 말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 더 집중해보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 LG와 SK가 그간 보여줬던 성장세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시설의 규모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유형자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최근 유형자산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심지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1위 배터리사인 CATL과 거의 동등해졌다.
SK온도 마찬가지다. 법인 설립연도인 2021년 말 유형자산은 약 5조8000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6조9095억원까지 늘어났다. 삼성SDI(15조4466억원)를 이미 뛰어넘었고 이제는 LG에너지솔루션, CATL과 맞먹는 수준까지 따라온 셈이다.
캐즘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덥고 습하고 스콜이 내리는 계절이 끝나고 곧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듯, 석유화학·태양광이 그랬듯,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업황 변화로 이들이 갖춰놓은 '심장'이 제 역할을 시작할 때 시장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의 부진이 만성이 아닌 성장통이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Policy Radar]금융당국, SKT 사태 '비상대응본부' 구성
- [은행경영분석]농협금융, 예대업 약화…낮아진 비은행 기여도 '설상가상'
- [여전사경영분석]우리금융캐피탈, 대손비용 부담 확대로 실적 개선 제동
- [금융 人사이드]캠코 사장 단독후보에 정정훈 전 세제실장…'자본확충' 첫 시험대
- [은행경영분석]제주은행, 90% 넘는 지역 의존도…가파른 연체율 상승세
- [은행경영분석]BNK금융, 건전성 지표 저하 '밸류업 복병' 부상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본사 정책 평가 강화, '건전성·손님만족' 항목 힘줬다
- [Policy Radar]보험업법 규제 기준 킥스비율 130%로 낮아진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전략 점검]지주사 전환 단초 된 SBI그룹 동맹 강화
- 밸류업에 진심인 신한금융, 장기 성과급 80% 연동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소명해야 할 것
- [조선업 리포트]삼성중공업, 3년만에 FCF '플러스' 전환…4883억 순상환
- [조선업 리포트]삼성중공업, 관과의 '연결 고리' 강화
- [밸류업 성과 평가]DB손보, 금융권 2위…메리츠에 모자랐던 '한 끗'은
- [밸류업 성과 평가]포스코홀딩스, 업황 악화에 고전…밸류업 '하위권'
- [Financial Index/한화그룹]그룹 전반 차입 부담 심화, 에어로 유증만으로 될까
- [밸류업 성과 평가]'10위권 밖' HMM, 마의 PBR 1배 '벽'
- [밸류업 성과 평가]HD현대일렉트릭, 밸류업 1위 영예…실적·주가 완벽 뒷받침
- [밸류업 성과 평가]코스닥 기업 80%가 TSR 마이너스, 밸류업 의지 절실
- [조선업 리포트]사업부에 힘 싣는 한화오션, 관료 출신 사외이사도 영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