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이언티스트는 정말 잘난 척할 게 없어요. 늘 어딘가에 빚을 져야 돼요. 교수로서 연구할 땐 나라에 빚을 지는 거고 창업해 대표가 되면 투자자에게 빚을 지는 거예요."교수 출신 창업가인 한 바이오텍 대표가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아무리 천재라도 누군가의 서포트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기에 과학자는 늘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펀딩은 바이오벤처의 숙명이다. 기업이 굴러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기술수출 등을 통해 신약개발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필요가 있다. 충분한 담보를 가진 중견 기업이라면 대출을 고려할 수 있지만 초기 바이오벤처로선 사실상 투자 유치가 유일한 옵션이다.
투자 유치에는 대가가 따른다. 투자금은 갚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빚이다. 투자가 리스크를 감내하고 베팅하는 것이라고 해도 창업자는 회사를 성장시켜 투자자에게 더 큰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무책임한 마음으로 투자를 받는 바이오벤처 경영진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 단순히 남들이 투자를 받으니까, 내 돈을 잃긴 싫으니까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내가 번 돈'이 아니기에 더욱 신중하게 소진해야 하지만 '남의 돈'이기에 허투루 쓰는 행태가 벌어진다.
펀딩을 경영의 일부가 아닌 목표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투자유치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정작 본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보인다. 사실 본게임은 투자를 유치한 순간부터다. 투자를 따냈다고 기세등등할 게 아니라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마일스톤 달성에 뛰어들어야 한다.
물론 스타트업은 실행을 통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모델이다. 그중에서도 신약개발은 성공할 확률이 지극히 낮은 영역이다. 실패가 사업의 일부분이자 당연하게 지불해야 할 비용의 일부다. 뜻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묵묵하게 열심히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업체도 많다.
그러나 투자 유치를 받고 책임감을 갖지 않는 것, 성과를 내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는 건 도둑과 다름없다. 회사에 맡은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월급을 가져가는 월급 루팡이 있다면 바이오 업계엔 투자 루팡이 있다.
불신이 만연해지면 투자 시장이 경색되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로 돌아온다. 선배 바이오텍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지키는 게 스스로는 물론 후배 바이오텍, 나아가 국내 바이오산업을 살리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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