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50년 비포&애프터]이건희의 메모리, 이재용의 파운드리①SK하이닉스·TSMC 공세 밀려 위기, 반전 노리는 DS부문
김도현 기자공개 2024-10-02 07:40:43
[편집자주]
삼성의 몸통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사업이 50주년을 맞았다. 오너가의 도전적인 결단과 전폭적인 지지로 그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게 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 반도체가 전례 없는 위기다. 새 먹거리인 파운드리는 물론 주력인 메모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과도한 우려라는 평가도 나온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분투 중인 삼성 반도체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품목으로 수십년 간 효자 노릇을 해왔다.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더 크다. 산업적 가치에서 더 나아가 주요국의 경제안보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국 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전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최근 삼성 반도체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예년보다 시장 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기술 경쟁력 저하로 사업 성과도 위기다. 경쟁사들이 인공지능(AI) 효과로 승승장구 중인 것과 대비된다.
내부적으로도 혼란하다. 거리가 멀었던 노조 이슈가 부쩍 가까워졌고 직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를 다루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반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부정적 미래만 보이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는 등 새판짜기에 돌입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업적을 이재용 회장이 이어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D램·낸드 선두 유지, '시스템반도체 비전' 이행 여부 관건
삼성 반도체의 시발점은 1974년 12월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자 분야 확장을 위해 부도 직전인 한국반도체를 품었다. 다만 자체 기술이 부족했던 한국반도체 인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자본잠식 신세에 처할 정도였다.
안팎에서 반도체 사업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았으나 이 창업회장은 강행하기로 했다. 1983년 2월 도쿄에서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공개하면서 의지를 다졌다.
이후 삼성전자에는 비판을 넘어 비난이 난무했다. 이 창업회장은 '과대망상증 환자'라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부정적 반응에도 삼성전자는 같은 해 5월 64K D램 개발에 착수했다. 반년 만에 개발을 완료하면서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이듬해인 1984년 기흥 반도체 1공장을 준공했고 1992년 업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도쿄 선언 10주년이자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있던 1993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선견지명이 빛난 순간이다.
삼성전자는 이때부터 메모리 최초 타이틀을 독식했다. D램에 이어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개화하는 시점에 노어플래시를 채택한 인텔 등과 달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에 배팅하는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낸드플래시는 여전히 대세다. 2010년 전후 두 차례의 치킨게임을 거쳐 삼성전자는 메모리 '초격차 시대'를 열었다.
다음 스텝으로 시스템반도체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994년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를 국내 최초 개발하면서 관련 시장에 발을 들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내놓으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한때 애플 AP를 설계하고 생산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파운드리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시키면서 파운드리 육성을 본격화했다.
2019년 4월 이 회장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은 화룡점정이었다. 2030년까지 100조원대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게 골자다. 조부와 부친의 뒤를 잇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나타난 지점이다.
다만 5년 이상 흐른 현시점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공언한 시점까지 6년 정도 남았으나 지금까지의 속도로는 현실화하기 힘든 수준이다.
파운드리는 확실한 2위를 굳혔지만 TSMC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설계 측면에서는 핵심 품목인 AP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DDI는 추격을 허용, 이미지센서는 추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압도적인 메모리마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며 선두 수성에 위협을 받는 처지다. 기본인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력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창사 이래 첫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설상가상이었다.
기로에 선 삼성전자는 반도체 개혁에 나선 상태다. 7년 만에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복귀한 것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거리가 멀어진 전 부회장이 돌아온 건 이례적 결정이라는 평가다. 후속 조치로 올해 말 정기인사에서 DS부문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넥스트 50년' 걸맞은 신조 나올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1983년 제정한 '반도체인의 신조'를 바꾸기로 했다. 당시 아무 기반과 기술 없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포부를 다지기를 위해 지은 10가지 행동다짐이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 △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초격차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새 신조를 만들 계획이다.
최근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타운홀 미팅을 통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잘 도출이 됐다. 이제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좀 더 절박함을 가지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다음 50년을 맞이하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언급한 '뉴삼성'의 DS부문이 어떻게 나아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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