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06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시장은 한없이 고상한 영역이지만 그 고상함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예술적 가치를 앞세우고는 있으나 그 뒤로 사기성 짙은 거래가 활개를 친다. 법제도 적용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고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거래 관행에 업계의 무관심이 더해져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시장의 하락 사이클이 길어지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위작, 투자 사기 등 미술품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이야기다. 최근 갤러리K라는 한 미술품 거래 업체가 중심에서 불을 지폈다.
갤러리K는 고객이 투자한 미술품을 렌탈사업에 활용해 수익을 낸다는 게 사업 모델이다.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과 고정된 수익률을 약속했다. 실제로는 유통되기 어려운 작품을 선정, 투자자 돈을 돌려막기하며 폰지 사기의 형태를 띤 거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 사례가 외부로 터져나오기 전부터 미술업계 내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같은 이야기가 회자되면 업계 전반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을 예상해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 사이 갤러리K는 외형을 급속히 키웠다. 갤러리K는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는 갤러리들 가운데 상위 5위권에 들어왔던 곳이다. 2020년 매출 130억원, 2021년 246억원, 2022년 546억원, 2023년 662억원을 기록하며 수익 규모가 커졌다.
결국 터질 일은 터졌다. 1000억원대의 피해액이 추산되고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문제는 '아트 재테크'라는 용어를 표방하는 유사수신 업체들이 갤러리K 외에도 수두룩하게 퍼져있다는 점이다.
미술품을 앞세운 사기적 행태가 지속되는 1차 요인은 범죄에 취약한 미술계 거래 관행이다. 고가의 자산이 오가는데에도 '신뢰'라는 이름에 기댄 채 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거래가 이뤄진다. 실물을 보지 않고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관련 법이나 세제 등 제도 인프라에도 구멍이 많다. 합법과 불법의 불확실한 경계에서 미술품이 악용되기 쉬운 구조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법적으로 '사기'로 규정할 만한 해석을 내리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있다.
여전히 '고상한' 영역에 있는 대다수 미술계 관계자들은 법, 세금, 금융 같은 제도에 관심이 적다. 그렇게 구매자도 판매자도 보호되지 않는 환경에 노출된다. 국내 미술시장이 '1조'를 달성했다는 뉴스가 나온 지 2년여가 흘렀다. 1조 키워드가 무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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