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HL홀딩스 자사주 기부, 나쁜 선례”김민국 VIP운용 대표 “사실상 우호지분, 주주가치 정면 훼손”
황원지 기자공개 2024-11-21 09:06:29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5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홀딩스의 자사주 무상출연 논란에 오랜 투자자인 VIP자산운용이 날선 비판을 하고 나섰다. 자사주를 HL홀딩스가 직접 설립하는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면 결국 오너가의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무상출연 공시는 투자자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결정”이라며 “비영리재단의 무상출연은 대주주 개인지분을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회사가 수년간 사들인 자사주를 출연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올해와 2025년 각각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소각분을 제외한 나머지 보유 자사주 지분(4.67%)을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기로 했다. 재단법인은 HL홀딩스 측이 인가를 받아 추후 설립할 예정이다. HL홀딩스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자사주를 사들였다.
김민국 대표는 “재단법인에 출연하는 순간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게 핵심”이라며 “재단을 설립한 대주주의 의도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지분은 추후 최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정몽원 회장의 지분율은 25% 내외로, 특수관계자를 포함해도 32% 정도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고려아연처럼 주주총회 표대결을 시작한다면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회사의 자금으로 오너가의 우호지분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일반주주의 주주가치를 정면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에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재단에 기부한 주식은 의결권이 되살아나기에 표 대결이 필요할 경우 활용이 가능하다. HL홀딩스가 설립할 재단법인에 출연할 자사주는 11월 11일 종가기준 약 163억원 규모다.
우호적 행동주의 전략을 취하는 VIP자산운용이 전면에 나선 건 주주로서 회사의 결정을 견제할 방법이 없어서다. VIP자산운용은 물밑에서 회사, 경영진과 오랜 기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주주가치 개선을 이끌어내는 우호적인 행동주의 전략을 사용한다. 공개적으로 나서기보단 조용한 방식을 택하는 편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이유는 이미 공시 이후 수차례 회사 측에 주요주주로서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주총회 결의사항도 아니라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할 수도 없다. 때문에 VIP자산운용과 같은 일반 주주들은 표를 행사할 수 없다. 김민국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너의 경영권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사실상 액면가 이하 유상증자와 다를 것이 없는데, 주주의 의사를 묻는 장치도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HL홀딩스의 이번 재단 무상출연이 나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 재단 출연을 통한 경영권 강화가 문제없이 이뤄진다면 이후에도 경영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타 기업이 참고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최근 고려아연이나 두산밥캣 등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시장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밸류업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HL홀딩스의 5%이상 주주는 4곳이다. 정몽원 회장이 지분율 25.03%로 최대주주다. 다음으로 VIP자산운용이 올초 추가 매입을 통해 10.41%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베어링자산운용(6.59%)과 국민연금공단(5.37%)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VIP자산운용을 비롯해 베어링자산운용과 국민연금공단 모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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