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파이넥스 혁신과 논란]잇단 화재 논란, 혁신의 대명사 파이넥스 뭐길래①1980년대 후반 개발 시작…제철소장 산하 편입, 경제성 등 중점 관리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03 14:41:04
[편집자주]
파이넥스(FINEX)는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공법이다. 자연 상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한다. 10일 발생한 화재로 가동이 멈췄고 재가동 이후에도 불과 몇 주 만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공법에 대한 지적과 정비 집중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분명한 건 이번 화재가 포스코의 관리 체계에 '균열'이 생긴 사례라는 점이다. 더벨은 잇단 화재 사고가 포스코에 미친 영향과 그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6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2주 간격으로 발생한 포스코 3파이넥스 공장 폭발·화재 사고로 업계가 떠들썩하다. 문제가 된 3파이넥스 공장은 고로(용광로)와 함께 포항제철소 쇳물 생산을 책임지는 주요 설비다. 제철소 내 1∼3공장이 있는데 이 중 가장 최신인 2014년에 준공됐다.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고로와 달리 파이넥스(FINEX) 공법이 적용된 설비다. 고로는 철광석과 석탄을 소결과 코크스화 같은 예비처리 과정을 거친 후 고온에서 쇳물을 생산한다. 반면 파이넥스 공장은 자연 상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예비처리 없이 바로 투입해 쇳물을 만든다.
예비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줄여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굽는 과정도 필요 없기 때문에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은 각각 40%와 15% 수준에 불과하다. 초미세 먼지 발생량도 기존 고로의 30% 수준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연구개발이 시작됐으니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세계 각국은 고로를 대체할 용융환원(철광석을 수소와 가스로 환원해 철을 만드는) 개발에 주력했다. 일본, 미국, 유럽 등은 분광(가루 형태의 철광석) 활용을 목표로 다양한 공법을 연구했다. 포스코 역시 고 박태준 초대 회장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초기 엔지니어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생산 설비 건축과 운영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에 포스코는 현재 프라이메탈스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푀스트알피네사와 협력해 공법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협력은 1992년부터 이어졌다. 1999년 파일럿 플랜트와 2003년 1파이넥스 공장(데모 플랜트)을 완공했다.
초대 회장 이후 모든 회장들의 의지로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 공법을 통해 포스코는 세계에서 친환경 제철 공법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철강사로 자리 잡았다. 실제 글로벌 철강회사들은 파이넥스 공법을 샤프트형 미드렉스 공법과 함께 업계 중장기 목표인 '수소 환원 제철'로 가는 양대 축으로 평가한다.
수소 환원 제철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현재 기술적 관점에서 파이넥스와 샤프트형 미드렉스 두 가지 방식만이 중간 단계 기술로서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을 기반으로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이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설비도 확장해 왔다. 1파이넥스 공장 완공 4년 뒤인 2007년, 연산 150만t 규모의 2파이넥스 공장을 준공하며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이후 2014년에는 생산능력을 늘려 200만t 규모의 3파이넥스 공장을 완공했다.
연산 60만t 규모의 데모플랜트 1파이넥스 공장은 3파이넥스 공장이 준공되면서 약 10여년의 가동 기록을 남기고 운영을 종료했다. 현재 포스코의 연간 조강 생산능력은 약 4300만t이다. 이 중 파이넥스 공장의 전체 쇳물 생산량 350만t은 전체의 약 8%를 차지한다.
포스코의 내부 조직 체계에서도 파이넥스는 이미 하나의 완성된 체계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까지 포스코는 임원급인 기술개발실장, 기계설비부장, 제선부장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2010년대 들어서도 전담 조직을 통해 기술 개선과 설비 확충에 주력했다. 파이넥스추진반장 같은 임원직을 신설해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갔다.
파이넥스 공장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자 포스코는 이를 제철소장 산하로 편입하고 경제성과 원가 중심의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현재 파이넥스 관련 업무는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이 총괄하고 있다. 최종 기술인 하이렉스 업무는 과거 파이넥스 연구개발 업무와 마찬가지로 신명균 저탄소제철연구소장과 배진찬 하이렉스 추진반장 등 일부 조직의 주도 아래 기획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3파이넥스 공장은 첫 화재 사고로 약 2주 동안 조업이 중단됐다. 이 기간 동안 내부 용융물이 굳었을 가능성은 있다"며 "굳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거나 녹이는 작업 없이 산소를 공급하면 역류하거나 노벽을 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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