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인사 풍향계]새롭게 떠오른 고민, 은행장 이후 다음 스텝은지난해 폐지된 지주 부회장제 부활하나…사장직 만들어질 가능성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4-12-05 12:48:5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5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이 3년 만에 새로운 인물을 KB국민은행장으로 선택하면서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아직 젊고 유능한 인재가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을 경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을 챙기는 동시에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해왔다면 부회장직이 없어진 지금 그럴 만한 자리가 그룹 내부에 없기 때문이다.KB금융은 지난해 말 부회장제를 폐지했다. 우선 전임 회장이 9년이나 지킨 자리인 만큼 그렇지 않아도 초반 리더십을 다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권한과 책임을 분산할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 금융당국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지주 부회장제에 대해 "기존 회장의 셀프 연임보다는 진일보한 제도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하고, 다른 후보를 현직 회장 등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들러리로 세우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시기 금감원이 내놓은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서 금감원은 금융지주가 부회장제를 운영하려면 차기 회장 도전 가능성이 있는 외부 후보에게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고, 역량개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등 인사권을 가진 이사회와 충분히 접촉할 기회를 주라고 권고했다. KB금융뿐만 아니라 어느 금융지주든 이렇게까지 해서 부회장제를 유지할 곳은 없다.
실제 부회장제가 외부 인사에게 진입장벽이 되고있는 건 사실이다. KB금융에서도 일찌감치 3인의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 외부 인사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다만 부회장제 폐지는 새로운 문제를 몰고왔다. 한창 나이에 현직에서 물러난 그룹 내부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다. KB금융은 정관상 회장 선임 연령을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만 63세다. 임기가 끝나는 2026년 11월 만 65세로 연임이 가능하다. 3년이 더 지난 2029년에도 만 68세로 다시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전임 회장과 마찬가지로 9년 동안 회장을 지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기간 그룹 내부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키우는 게 애매해졌다. 이재근 행장은 1966년생으로 아직 만 58세다. 이번에 새롭게 우리은행장 후보에 오른 정진완 후보(1968년생) 정도만 제외하면 시중은행 행장 가운데 가장 젊다. 정상혁 신한은행장(1964년생)과 이승열 하나은행장(1963년)과 비교해도 2~3살이 적다.
이 행장뿐만이 아니다. 다른 계열사 대표 역시 올해나 내년 물러나게 되면 다음 스텝이 없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차기 회장 후보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오랜 기간 현직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에는 유독 장수 CEO가 없는 편이다. 시중은행 행장들은 대부분 2년 혹은 1년 더 연임해 3년 정도의 임기만 수행하고 자리에서 내려오곤 했다. 허인 전 국민은행장만 이례적으로 4년간 행장을 지냈다. 워낙 핵심 자리인 만큼 장기간 자리를 지키는 데 따른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워낙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 1년 만에 KB금융에서 부회장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재근 행장의 나이가 아직 젊고 은행과 지주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그룹에서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부회장제 부활의 경우 금융당국의 시선 등으로 부담이 있는 만큼 사장직 부활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오래 전 사장 자리를 공식 폐지했다. KB금융도 사장 자리를 없앴는데 2015년 잠시 부활한 적이 있다. 당시 윤종규 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일시적'으로 사장 직급을 도입하고 SGI서울보증 대표였던 김옥찬 전 사장을 영입했다.
금융지주들이 사장직을 폐지한 이유는 자리 자체의 애매함 탓에 갈등의 배경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사장은 회장에 이은 2인자라지만 회장과는 역할이 중복되고 지주 계열사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쥔 은행장과도 서열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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