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나노팀, 핵심 경쟁력 녹아든 대전공장 자동화라인 가보니공정 단순화, 하루 만에 갭필러·갭패드 완제품 생산
대전=김혜란 기자공개 2024-12-09 08:35:29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15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얗고 걸쭉한 액상 소재가 200리터(L) 드럼통에 담기고 있었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겉보기엔 햐안 생크림 같았는데 드럼통 무게는 300킬로그램(kg)에 달했다. 지난 5일 나노팀 대전 공장 자동화라인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 방열소재 갭필러가 패키징되는 현장이었다.이날 드럼통에 담긴 갭필러는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으로 이동해 배터리 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합친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 내부에 얇게 도포된다고 했다. 갭필러는 배터리 팩 하단에 도포돼 배터리가 충·방전을 반복할 때 생기는 열을 아래로 빼내 쿨링자켓으로 보내주는 일종의 냉각장치 역할을 한다. 배터리 발열을 관리해 전기차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공장을 안내한 최윤성 나노팀 대표는 "이곳의 자동화 설비는 모두 직접 설계했다"며 "해외 고객사가 공장을 방문해 가장 놀라는 게 이런 자동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갭필러는 전도율이 좋은 10가지 세라믹 가루와 8가지 실리콘 오일을 배합해 만든다. '측정실'에서 레시피를 개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후에는 레시피대로 실리콘 오일(폴리머)에 세라믹 가루를 넣으면 배합기가 자동으로 섞어준다. 배합 후 일정 시간 숙성한 다음 다시 배합기에서 저어준다. 그다음에는 패키징만 하면 끝난다.
원자재 입고부터 배합, 생산, 패키징, 출하까지 모든 공정이 물 흐르듯 연결돼 있어 하루 만에 완제품을 생산한다. 갭필러는 3분기 기준 회사 매출 약 76%를 차지하는 '캐시카우'다.

바로 옆 갭패드 생산라인도 눈에 들어왔다. 두께가 2밀리미터(mm), 무게는 1.87그램(g)에 불과한 완제품이 놓여있었다. 갭패드는 갭필러와 마찬가지로 방열 소재이나 고체형태라는 점에서 다르다.
전기차 모델에 따라 갭패드 모양도 다 다르다. 자동차 외에 가전에도 사용돼 크기와 형태도 제각각이다. 최 대표는 "경쟁사는 (형태를) 일일이 찍어내는 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비싸다"며 "나노팀은 '롤투롤' 양산 공정을 개발해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갭패드는 나노팀의 뿌리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설립 후 삼성전자 TV에 갭패드를 납품한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이후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 국내 완성차 업체 협력사(벤더)가 되는 데 성공했다. 갭패드를 넘어 갭필러 등으로 다각화도 이뤄냈다.
당시 방열 소재 시장은 독일 헨켈과 미국 3M, 일본 신에츠화학 등이 주도하고 있었으나 나노팀은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기술력을 확보하되 가격을 낮춰 갭패드 독점공급사 지위를 따냈다. 일본 자동차 부품사 등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대전 공장 한쪽에는 신제품인 열폭주차단패드의 파일럿(시제품 생산) 라인도 마련돼 있었다. 열폭주차단패드는 방열과는 다른 방염(불에 타지 않게 막음) 소재다. 배터리 셀과 셀 사이에 장착돼 셀 하나가 폭발하더라도 열 번짐을 지연시켜 준다.
기업부설연구소 내 '연소성실험실'에선 연구원들이 열폭주차단패드에 직접 불을 붙여보고 반복된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열폭주차단패드는 '열전이지연층'과 폼 소재로 구성되된다. 충·방전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배터리 셀의 특성을 고려해 폭신폭신하다. 무게가 2g 정도로 아주 가볍다. 겉으로 보기엔 마치 스티로폼 같지만, 열전도를 막고 셀의 수축과 팽창에도 끄떡없게 최적의 배합을 찾아내 만든 기술의 집약체다.
최 대표는 "나노팀은 원재료만 들여온 뒤 공장에서 모두 만들어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며 "열폭주차단패드는 갭필러나 갭패드와 비교하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라 경쟁사의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팀은 이달 말 열폭주차단패드 생산 전용 울산 신공장을 완공하고 초도물량 생산에 들어간다.
회사는 미국과 체코에 생산공장도 두고 있다. 갭필러가 액상 형태라 시간이 흐른 뒤에는 현지에서 다시 섞어주는 공정이 필요하다. 지금 해외법인 생산 공장은 이 공정만 담당하고 있으나 향후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정책 변화, 해외 수주 등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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