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힘을 말한다. 이 단어가 최근 들어 더욱 많이 보이고 있다. 비상 계엄령 선포 때문이다.오늘로 비상 계엄령 선포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한밤에 펼쳐진 활극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약 3시간 만에 국회가 비상 계엄령을 저지했지만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환율은 1440원을 나아가고 있고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됐다.
M&A 업계도 술렁였다. 여의도에 본거지를 둔 한 자문사는 지난 4일 사무실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시행했다는 후문이다. 국회 내 군사 활동까지 포착되자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프라이빗에쿼티(PE) 주요 유동성 공급자인 공제회, 연기금도 투자 포트폴리오 점검에 돌입했다. 이들은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여러 섹터에 자금을 투입한다. 급변사태로 주식시장과 환율이 흔들리면서 연말 자산운용에 큰 변수가 나타났다.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PE들도 다수다. 국내 주식시장은 참담하다. 2020년 초 코로나19 감염사태 직후와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PE가 인수한 상장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엑시트 시점을 가늠해야 하는 PE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늘어났다. 이런 하락장에선 중대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제값을 받기 힘든 환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PE 현장에선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신성장 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이차전지 성장성은 크게 위축됐고 견고했던 반도체 시장 입지도 중국의 약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는 물론 국내 투자자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떠나며 황폐해진 투자 환경은 주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PE에게도 큰 악재다.
코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그럼에도 회복탄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유력 외신에선 비상 계엄령 선포 후 이뤄진 빠른 대처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 민주주의가 가진 회복탄력성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투자시장 회복탄력성도 기대해본다.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국내 투자시장이 반등하리라 누구도 감히 확언하기 힘들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암울해보이는 측면도 있다.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한 PE, 자문사, 기관투자자들의 우려도 큰 분위기다.
다만 모두가 판을 떠나는 시점이 단기 저점이었던 적도 여럿 있었다. 매번 위기는 투자자에 큰 공포감을 안겨줬다. 하락장을 지속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상승장으로 표정을 싹 바꾸는 게 그간 '미스터 마켓(Mr.Market)'이 보여준 역사였다. 이번 충격을 딛고 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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