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느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증권사 CEO 자리란 곡예사로서 최고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 금융당국이 설정한 테두리 내에서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 클라이언트, 주주들의 이해관계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지님과 동시에 늘 까다로운 결정의 순간에 직면한다.그들을 짓누르는 무게감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이 끼어드는 틈이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증권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와 얽힌 시대를 감당하고 있다. 안 그래도 복잡한 곡예사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와중에 정치적 상황까지 신경쓰는 등 주변 모든 환경이 그들의 번아웃을 촉진하고 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초유의 비상 계엄령은 달라진 환경의 클라이막스를 선언했다.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금융계열 증권사 재무, 브랜드, 리스크 관리 부서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지침을 지주로부터 수령했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수도권 언론 동향을 파악하고 정치 상황별 발생 가능한 예상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했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CEO들에게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주문하기 전부터 몇몇 증권사들은 컨틴전시 플랜상 위기 단계를 최소 '주의' 이상으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했다. 준법감시인들로 하여금 금융사고 예방 관련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발송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신속한 움직임 덕에 심각한 유동성 유출은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가 첩첩산중이다. 영업의 매 순간 '정치'라는 불확실성과 공존해야 할 처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계엄과 탄핵 정국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파악되지 않아 기업 고객들은 각종 딜들의 진행 여부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추진하기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얼마 만큼의 무게를 실어야 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시작한 정책이 혼란한 정치 국면으로 인해 삐끗한다면 앞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이 글로벌 무대 전면에 나서는 상황도 감안해야 해 더욱 골머리가 아프다.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불확실성을 인위적으로 떼어낼 순 없어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곡예는 계속돼야 한다. 번아웃으로 곡예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인들이 더욱 신경써야 할 타이밍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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