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한화 등 영향 불가피…"신규프로젝트 속도 붙기 어려워"[방산] "일본 등 경쟁국 유리해져"…개별 네트워크 역량 등 관건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17 10:36:13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에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이 방산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다수의 군사·방산 전문가들은 가장 타격이 클 분야로 "당장 무기를 사고 팔아야 하는 지상 및 공중 무기 분야"를 꼽고 있다.◇한화에어로 등 미국 진출 추진 업체 다수…"일본 등 경쟁국이 유리해져"
군함 등 해상 방산은 수주에서 건조까지 수년이 소요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입 논의가 진행된다. 반면 지상 및 공중 방산은 단기 주문과 신속한 납기가 가능해 주문이 빈번히 이뤄진다. 실전 배치와 운영의 신속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입국은 방산 업체의 평판과 신뢰도를 구매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국 군대 재건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보호주의 기조가 강해 자국 업체들에 수혜가 갈 공산이 크나 탄약과 관련 운반시스템, 미사일, 자주포 등에서 우수한 품질과 가성비를 인정받은 우리 기업들도 필요한 전력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분명한 변수가 됐다. 아무리 우리 기업들의 역량과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격 하락은 미국과 우리 기업 간의 방산 협력 논의를 지연시키는 것을 넘어 국내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까지 이전보다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의지를 갖고 미국 진출을 추진하던 우리 기업들에게 다소 불리한 판이 깔린 셈이다. 한화는 지난달 미 육군이 추진한 주포 현대화를 위한 성능개량 시범 사업 계약에 참여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생산 법인 한화디펜스 USA가 여기에 포함됐다. 한화디펜스는 기존 K9A1보다 자동화율이 향상된 K9A2를 앞세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경우 유도무기 비궁이 올 상반기 미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해 수출 자격을 확보했다. FCT는 미 국방부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FCT 통과로 인해 연내 수출 계약 성사가 유력하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행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은 CCA(협동전투기)와 MUM-T 같은 유무인 복합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 해군과 공군은 각각 280대의 고등·전술 입문기와 220대의 전술 훈련기 도입 계획을 추진 중이다. KAI는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협력해 이에 도전할 준비를 진행 중이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이 방산 협력을 요청할 대상은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등도 있다. 당장 우리나라를 선택할 이유가 적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새롭게 시작하거나 진출을 추진하려던 협력 프로젝트에는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개별 역량으로 생존 모색해야…국내 방산 4사 주가는 모두 하락
당분간 개별 기업들의 의사결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역량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성뿐 아니라 세일즈를 주도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조직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가령 한화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깊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에 오른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한화디펜스USA 법인장으로 미 해군과 록히드마틴 등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마이클 스미스를 임명했다. 마이클 스미스는 미국 방위산업협회(NDIA) 이사회 멤버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KAI는 지난달 기존 '3부문 1원 2본부 2센터' 체제를 '5부문 1원 4본부'로 단순화했다. 특히 분산되어 있던 각 사업부의 수출 조직을 통합해 '수출마케팅부문'을 신설했다. 이는 고정익뿐만 아니라 회전익, 무인기, 위성 등을 하나의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수출을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진출을 위해 해왔던 준비가 불확실성을 뚫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계엄사태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국내 방산 4사의 주가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이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각각 12%, KAI는 10%, LIG넥스원은 4% 하락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각계각층의 초월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주요 의사결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김화진칼럼]영국 RBS
- '환경 변화 고려'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사업 계속 키운다
- [DN솔루션즈 IPO]고심끝 상장 철회…비우호적 시장 환경에 '결단'
- [i-point]신테카바이오, ‘2025 글로벌 IP 스타기업’ 선정
- [i-point]채비, 서울시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확대 사업자 선정
- [영상/Red & Blue]현대엘리베이터 '주주환원, 리포트, 실적' 삼박자
- 기지개 켜는 인성정보의 '헬스케어'
- [i-point]인텔리안테크, 정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핵심'
- [NHN 리빌딩]'아픈 손가락' 콘텐츠, 더디지만 잠재력 확신
- [영상]‘메타가 탐낸’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에게 들었다…회사의 향후 계획은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더 나빠질 일 없다" 포스코, 실적 바닥론 '베팅'
- [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주도와 실익 사이 미묘한 '신경전'
- 동국제강, '턴어라운드' 시작됐나
- 구조조정 언급 현대제철…"봉형강, 생존 위한 조정"
- [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지분 '5대5' 논의, 결국 현대차로 '무게중심' 기울었다
- [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비싼 전기로 훈련장’ 미국…그래도 남는 장사인 이유
- [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넉넉지 않은' 현대제철, 포스코 자금투입 얼마나 할까
- [배터리 산업 골든타임]"세액공제 혜택, 양도할 수 있게 해달라"
- [배터리 산업 골든타임]"제도 받쳐주면 이차전지 시대 리더 가능"
- [배터리 산업 골든타임]장부상 대기업, 현실은 중견…세제지원 못받는 소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