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홀대' 논란 번진 현대제철 셧다운 사태 "포항 투자 부족했던 것은 사실"…공장 추가 폐쇄 전망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26 07:54:53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5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공장 폐쇄는 1공장 철수의 신호일까."포항2공장 폐쇄 추진을 두고 이견을 가져온 현대제철 노사 갈등이 '투자 홀대' 논란으로 번졌다. 중국산 철강재 유입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회사 입장과 투자 부족으로 공장이 방치된 결과라며 부당성을 제기하는 노조 입장이 나뉜다. 특히 노조는 이번 결정이 향후 포항1공장 폐쇄를 암시하는 신호라는 불편한 시각도 내비친다.
◇"포항 전기로 쪽 투자 충분히 하지 못했던 건 사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포항2공장 폐쇄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13일 포항2공장 폐쇄 관련 계획을 발표했으나 약 40일이 지나도록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실행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형강과 철근을 주로 생산하는 포항2공장은 올들어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늘어나 중단이 더 나은 상황이다. 실제 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할 만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다만 공장 폐쇄 결정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철강업은 장치 산업이고 주기적인 사이클을 따르는 구조다. 불황기에는 수익성 높은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경쟁력이 낮은 설비는 투자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업 중단에 불과한 반면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폐쇄는 복구가 불가능한 영구적 조치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에 지금은 포항2공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폐쇄 결정 대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특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3년간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하면서도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와 산소공장 8호기 신설 등 대부분의 투자를 고로가 있는 당진 공장에 집중했다.
포항 공장에도 대형 압연 설비 신예화와 같은 일부 투자가 있었다. 보수나 개량 작업 역시 수시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신규 투자 규모와 방향을 고려할 때 전기로 기반 제품인 철근과 형강 등 포항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투자에는 소홀했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한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전기로 제품에 대해 투자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점은 사실"이라며 "포항 2공장의 경우 제강 부문은 기존 4조 2교대 근무 체제를 두 개조로 축소하고 아연 부문은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량 외주 추진…회사는 "대체 생산 검토 안 해"
현대제철 노사의 의견 차이는 수익성 개성을 둘러싼 시각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포항2공장과 포항1공장의 생산 제품 차이는 중소형과 대형이라는 규모 차이에 불과하다. 이에 향후 포항1공장 폐쇄 가능성까지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에서 내년까지 주문된 형강과 철근 물량을 폐쇄 발표 전부터 일부 당진 공장으로 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포항1공장에서 생산 중인 무한궤도 등의 제품도 당진 혹은 외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이유는 물류비 절감이다. 철근, 형강, 무한궤도 등은 주로 건설업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먼 포항 공장에서 생산하면 추가 물류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설업 불황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문제는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 이에 수도권에 가까운 당진 공장을 활용하려는 판단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대제철 측은 '대체 생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2공장 폐쇄는 철강 수요 침체와 중국산 저가 수입산 증가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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