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테마주 아닌 현실' SK·삼성·LG, 유리기판 사업화 시동이르면 2027년 상용화, 앱솔릭스 필두로 생태계 조성 본격화
김도현 기자공개 2025-01-17 08:10:02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15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리(글라스)기판은 2~3년 후 통신용 반도체에서 쓰이고, 5년 후에는 서버용 반도체에 사용될 것이다. 무조건 가야 되는 방향이고 상당히 많은 곳에서 양산 시점을 저울질하는 단계다."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CES 2025' 현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 등도 언급하면서 유리기판에 대한 주목도가 대폭 높아진 상태다.
유리기판은 인쇄회로기판(PCB)이라 불리는 반도체 기판 일종이다. 전자기기 내부에서 볼 수 있는 녹색 판대기다. 이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활용되는데 칩과 디바이스 간 연결 및 지지대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PCB는 플라스틱 기반이다. 다만 플라스틱은 고르지 못한 표면이 단점이다. PCB에 새기는 회로 패턴이 미세해질수록 불리하다. 대안으로 실리콘 인터포저를 중간기판으로 투입하고 있으나 패키지가 두꺼워지는 이슈가 있다. 부품 사이 거리 확장으로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반면 유리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사각 패널을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패키징 미세화와 대형화 트렌드에 대응 가능하다. 표면에 설치해야 했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기판 내부에 넣고 더 큰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하고 더 많은 메모리를 투입할 수도 있다. 유리의 단단한 특성상 플라스틱 기판에서 자주 발생하는 휨 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유리기판은 차세대 제품으로 여겨진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안정화, 제품 최적화 등 과제가 남아 상용화까지 수년이 더 걸릴 예정이나 관련 업체들은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만 해도 유리기판은 '테마주' 재료로 치부되기도 했다.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유리기판 사업을 예고한 기업들 주가가 대폭 오른 영향이다. 이에 따라 다소 동떨어진 업종을 하거나 기술력이 충분치 않은 곳도 유리기판을 신성장동력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작년을 거쳐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솎아진 데다 시제품이 하나둘씩 나올 예정이어서다.
한발 앞선 건 SKC다. SKC 투자사 앱솔릭스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기판 공장을 준공한 상태다. 올해 말부터 시양산에 돌입한다. 고객에 보낼 샘플이 나온다는 의미다. 앱솔릭스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유리기판을 적용하면 면적과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같은 이유에서 빅테크들이 유리기판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다각도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리기판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CES 2025 기간 중 SK그룹 부스에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모형이 설치됐는데 최 회장은 이를 들고 "방금 팔고 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주요 고객과 협상에 진척을 이뤘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등이 앱솔릭스의 잠재 고객인 셈이다.
앱솔릭스는 미국 공장에 대해 현지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달러,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달러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유리기판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연내 시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는 작년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올해 고객 샘플 프로모션에 나선다. 이미 2~3곳과 논의 중이다.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잡았다. 장 대표는 "층수를 높이고 미세패턴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기판이다. 적극적으로 임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LG이노텍은 구미사업장에서 시험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시설투자에 착수한 뒤 연내 샘플 납품이 목표다. 문 대표는 "올해 말부터 유리기판 시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리기판 생태계가 조성되는 흐름이다. 유리기판 자체를 다루는 3사는 물론 소재, 장비 업체들이 발을 맞추고 있다. 유리관통전극(TGV), 식각액 등 관련 기업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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