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배터리 재무점검]'가동률' 과제 SK넥실리스, '임박한' 신증설 운영 부담⑤본사 현금출자·지분구조 재편 마무리…가동률 30%대 하락, 신공장 가동시기 주목
김동현 기자공개 2025-01-24 07:26:42
[편집자주]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한국 산업을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배터리 산업이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그룹의 지원을 등에 엎고 전방위 투자에 나섰던 국내 업체들은 성장 침체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전환 흐름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가올 미래 성장기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벨이 배터리 산업을 이루는 주요 업체의 재무 상황을 되짚어보며 그룹 차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07시4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C의 전지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급락한 가동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3년 하반기 첫 해외 거점인 말레이시아에서 1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SK넥실리스는 비슷한 시기 찾아온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기)에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3분기 말 가동률이 30%대까지 떨어졌다.연말·연초를 지나며 국내 정읍·말레이시아 1공장의 가동률이 50~60%대로 일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거 호황기 시절(90% 내외)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공들여 투자한 폴란드·말레이시아 신공장의 준공 및 가동이 눈앞에 다가오며 SK넥실리스의 운영자금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20년 SK넥실리스가 SKC에 편입될 당시만 해도 이 회사의 가동률은 85.3%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당시 SKC는 배터리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동박 점유율 1위 사업자인 SK넥실리스 인수에 1조1900억원을 투입했다. 편입 직후 SK넥실리스는 곧바로 SKC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군을 이루는 한축이 됐다.
SKC가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SKCFT홀딩스 아래에 SK넥실리스를 두고 말레이시아, 유럽 등 신설 해외법인 등을 SK넥실리스 산하에 편재했다. 국내 정읍공장(5만2000톤)을 넘어 글로벌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증설을 시작했다. SKC의 현금출자 금액이 SKCFT홀딩스로 내려가고 다시 그 자금이 SK넥실리스와 해외 자회사로 흘러가는 구조였다.

SKC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SKCFT홀딩스에 출자한 금액은 87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같은 기간 SK넥실리스의 연결 자본적지출(CAPEX) 금액(94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SK넥실리스가 흑자를 내면서 자체적인 현금성자산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일부 부담했지만 모회사 지원도 글로벌 확장에 도움을 줬다. 그 결과 2023년 하반기 말레이시아 1공장이 가동에 들어갔고 현재 2공장과 폴란드 신공장이 각각 신규 가동과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종속회사의 사업 확장과 별개로 모회사 SKC는 인수금융 상환을 위한 추가 출자를 준비해야 했다. SK넥실리스에 인수에 들어간 1조1900억원 중 약 7000억원이 SKCFT홀딩스 몫의 차입금이었다. SKC는 지난해 9월 7000억원의 현금을 SKCFT홀딩스에 내려보내며 해당 인수금융 전액을 상환했다. 이를 포함해 SKC가 지난 5년간 SKCFT홀딩스에 내려보낸 금액은 1조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SKCFT홀딩스는 차입 상환을 마지막으로 제 역할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SK넥실리스에 흡수합병됐다.
이렇듯 SKC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이어온 SK넥실리스이지만 현재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580억원의 적자를 내며 적자전환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손실액이 1700억원으로 불었다.
핵심 사업의 적자로 같은 시기 SKC도 2년 연속(2023년~2024년 3분기) 연결 적자를 냈고 보유하던 현금성자산도 2022년 말 1조464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687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총차입금 규모 자체는 3년간 3조3000억~3조4000억원대로 유지됐지만 현금성자산이 줄면서 순차입금이 2조원 아래에서 2조7000억~2조8000억원대까지 늘었다.

그러나 아직 기존 시설의 가동률이 과거만큼 올라오지 않아 신증설 공장의 가동 시점은 당분간 미뤄질 수 있다. SKC는 전기차 캐즘기 동안 신공장을 무리하게 가동하지 않고 수요 증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동 시점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 고객사 사용 승인 등 사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신 신규 시설 운영자금 지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은 최근까지 이어진 사업재편 및 정책 보조금 등으로 조달한다. 현재 SK넥실리스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정책 보조금(1950억원)을 확정한 상태이며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비주력사업인 디스플레이용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부문을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에 95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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