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글로벌 정면승부]'역발상' 8년만에 중국 재투자 나섰다⑧트럼프발 'IRA 폐지' 가시화, 새로운 판매 시장으로 중국 공략 '총력'
박완준 기자공개 2025-01-24 08:57:59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변곡점에 섰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크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탄탄하게 판매를 이어가던 한국과 유럽, 신흥국 등에서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중국계 브랜드의 가세로 글로벌 경쟁은 한층 격해지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내연기관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치가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공격적으로 내놓는다. 글로벌 ‘톱3’를 넘어 ‘빅2’ 도약을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 현황을 짚어보고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14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재진출은 역발상 전략'. 최근 현대차그룹은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자 오히려 중국에 투자를 늘리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뺏길 수 있는 점유율 일부를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회복하겠다는 역발상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로 중국 내 생산을 늘려 내수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주변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을 통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요구한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1.6조 中 재투자…배경은 'IRA 폐지·BYD 국내 진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베이징자동차(BAIC)와 함께 향사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에 총 10억9547만달러(약 1조6000억원)을 증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 가운데 절반을 출자한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논란과 이후 한한령 등으로 투자를 멈춘 지 8년 만에 단행한 투자다.

베이징현대는 2019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베이징 1공장과 충칭공장이 매각되고 창저우공장 역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곳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79만2021대에서 2023년 32만2334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도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8만5942대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에 재투자를 단행한 것은 IRA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정책 전반의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을 내고, 전기차 의무화 정책의 폐지를 명시했다.
이는 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한 세액공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정책이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제한한 정부의 배출 규제도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현대차그룹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12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판매량 2위를 기록한 탓이다. IRA가 폐지될 시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축소로 인한 피해도 예상된다. 관세 정책도 불확실성이 크다. 관세 인상 시 미국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은 다른 현지 기업들과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꾸준히 성장 중인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은 2020년 2531만대의 신차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매년 우상향해 지난해 신차 판매량 3140만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 장려 정책을 펼친 탓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는 40% 넘게 증가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가 국내 진출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BYD는 전기차 불모지인 일본에서 2년 만에 점유율 4위로 올라서는 등 품질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뺏긴 판매량을 중국에서 일부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수출 활로까지 모색…불리한 보조금 정책은 '과제'
현대차그룹은 중국 생산량을 늘려 내수 판매에 대응하는 동시에 수출 활로까지 모색하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경현대를 글로벌 생산·판매 주요 거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브랜드와 기술, 제품, 인재, 자본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역할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을 과거와 달리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제조 단가가 싼 중국에서 생산해 주변국에 판매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매각된 러시아 현지 공장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의 국가로도 수출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자국 브랜드 위주로 보조금 정책을 바꾸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중국은 자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던 현대차그룹과 일본 완성차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조금을 적극 활용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12년 한국과 일본 자동차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량(HEV)을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럽과 미국이 강점을 지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순수전기차(BEV)만 지원했다. 2019년에도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만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점유율 확대 속도가 빨라질 시 중국 정부가 불합리한 정책을 또다시 펼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와 달리 내수보다는 수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에 재투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본사 정책 평가 강화, '건전성·손님만족' 항목 힘줬다
- [Policy Radar]보험업법 규제 기준 킥스비율 130%로 낮아진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전략 점검]지주사 전환 단초 된 SBI그룹 동맹 강화
- 밸류업에 진심인 신한금융, 장기 성과급 80% 연동
- [NPL 자금조달 리포트]'지배구조 리스크' 경고…우리금융F&I, 조달 다변화 과제
- [교보생명 SBI저축 인수]SBI저축 김문석 체제 그대로, 교보생명과 시너지 방안은
- [은행권 알뜰폰 사업 점검]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5년, 의미있는 발걸음
- 청호나이스 침대, '인테리어·새집증후군' 잡았다
- [Sanction Radar]아메리카신한은행, 동의명령 털고 정상화 '기지개'
- [조선 기자재 키플레이어]세진重, 윤지원 체제 구축…LNG탱크 성과 부각
박완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thebell note]금호타이어의 '붉은 넥타이'
- [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포니 매직' 이어간다...미국 매출 '1조' 돌파
- 기아 "1분기 '차종 믹스' 부진…美 관세 영향 5월부터"
- 현대모비스, 1분기 영업익 43% '껑충'
- [캐시플로 모니터]한국앤컴퍼니, 4년만에 현금 잉여…납축전지 궤도 '안착'
- 르노그룹, 핵심 허브 '부산공장' 낙점…'그랑 콜레오스' 주력
- [CAPEX 톺아보기]현대글로비스, 1년 만에 300% 증액…탄탄한 재무 '뒷받침'
- 현대차그룹, 적자 포티투닷 '美 드론 자회사' 청산
- [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자산 2조 넘어서자 이사회 '확' 바꿨다
-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라인 두달만에 또 '스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