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응전략]관세부과 '간접 영향권' LS·풍산, 구리가격 변동성 예의주시미국 수출비중 낮지만 글로벌 공급망·관세 적용범위 살펴야…가격 변동성 장기적 부담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04 07:07:25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전쟁으로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철강을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전략산업들이 줄줄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동맹도 예외 없이 25%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한국 산업계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물밑 협상에 나서야 할 정부가 사실상 마비 상태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어깨는 더 무겁다. 더벨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관세 리스크를 진단하고 대응전략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11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구리에 대한 관세 조치를 시사하면서 관세 전쟁의 여파가 비철금속 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단 순도 높은 구리를 제련·가공하는 우리 비철금속업체들은 미국 수출 비중이 낮고 일부 현지 생산 공장도 운영 중이어서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관세 영향이 구리를 넘어 가공품까지 확대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국제 구리 가격 변동성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까지 맞물릴 가능성이 커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에도 비교적 여유로웠던 업계 분위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타격 크지 않지만…공급망 변화·관세 적용 범위 면밀히 살펴야
그간 비철금속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도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는 수입산 철강재에 부과된 25% 관세로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됐지만 비철금속 업계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구리를 제대로 제련하는 곳은 LS엠앤엠 한 곳뿐이다. 고려아연도 아연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소량의 구리를 생산하지만 양이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LS전선, 풍산, 대한전선 등 주요 업체들은 이 구리를 들여와 가공해 각자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비철금속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LS엠앤엠의 판매 구조를 보면 내수 비중이 70%에 달한다. 나머지 30%는 중국에 대부분 팔리고 이외의 물량은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된다. 글로벌 구리 수출 시장 구조로 봤을 때 유럽에서 제련된 구리는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생산된 구리는 아시아에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즉, 구리 제련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수입 조사 지시에 따른 영향은 미미하다. 현재 가공업체들의 대미 수출도 가공품 형태라 이번 관세 부과 시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여서, 향후 공급 부족 우려가 반영되면 단기적으로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앞으로의 관세 정책 변화와 시장 동향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공급망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구리는 생산된 대륙 내에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로 칠레·페루산 구리가 중국·유럽 심지어 우리나라 등으로 이동하면 LS엠앤엠도 이에 따른 공급망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현재 미국은 수입 구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관세 부과를 시사한 단계에 불과하다. 향후 구리를 가공한 신동 제품까지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는 LS엠앤엠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비철금속 밸류체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단순히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구리 가격 상승으로 ‘메탈게인’(Metal Gain, 원자재 매입가 대비 판매가 상승 효과)이 발생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관세 조치가 실행되고 이에 따른 수급 우려로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면 시장 위축과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늘더라도 원재료 비용 증가로 마진(이익률)이 줄어들면 실적 압박이 커져 장기적으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가격 상승으로 호재라는 얘기가 있지만 우리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핵심이기 때문에 장기 계약을 통해 급격한 수혜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라며 "지금은 관세 부과 조치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이에 맞춰 전략과 마케팅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리 가공업체들의 경우 현지 공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풍산은 1989년 신동 압연 공장을 건설해 연간 12만톤(t)의 동 및 동합금 판·대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미국 현지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LS전선도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39만 6700㎡ 부지에 7만㎡ 규모로 조성되는 이 공장은 올해 4월 착공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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