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보드]삼성전자, 이혁재 사외이사 후보 적합성 '도마'이달 19일 정기주총 표결, 교수 재직기간 삼성전자 협력관계 '양날의 검'
이돈섭 기자공개 2025-03-13 08:09:52
[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7일 14시5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정한 이혁재 사외이사 후보(사진) 적합성이 도마에 올랐다.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 교수가 삼성전자가 지원하고 후원하는 단체를 총괄하고 삼성전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어 사외이사 활동에 필요한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삼성전자 국내외 주주 사이에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삼성전자는 이달 19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혁재 서울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이 사외이사 후보에 주어진 임기는 2028년 3월까지 만 3년이다. 그는 2019년 삼성전자 이사회에 진입한 김한조 사외이사(의장)가 올 3월로 상법 상 최대임기 6년을 채우면서 그 후임자 격으로 추천됐다.
1965년생인 이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같은 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퍼듀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루이지니아공과대 조교수와 인텔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2001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에 임용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현재 동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과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등 다양한 직책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반도체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3년에는 대한전자공학회장으로 활동키도 했다.

문제는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곳이 대부분 삼성전자 지원을 통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사업진흥센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시제품 제작 공정(MPW) 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역시 교육 장비 인프라 강화 및 연구 인력 채용 명목으로 삼성전자에서 수십억원 규모 기부금을 받은 바 있다.
이 교수가 2년 전 회장을 맡았던 대한전자공학회는 삼성전자 등에서 후원을 받아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학회 특별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별회원은 해당 학회 학술활동 취지에 동의해 참여하는 법인에만 부여하는 회원 등급으로, 각 회사 규모에 따라 연회비를 지급하고 이사회가 가입 여부를 최종 의결한다.
거버넌스 평가기관 전문가는 "해외 투자자 중심으로 이미 이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결격 사유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 교수가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삼성전자와 어느 정도 관계를 갖고 있는지 여부"라면서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 의견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전·현직 교수 출신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찬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 전, 사외이사 후보 과거 경력이 해당 기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따져본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7.14%로 삼성생명 8.62%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종합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연구소나 학회 등 조직의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교수의 경우 외부 펀딩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고, 펀딩에 참여하는 기업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그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과의 네트워크는 교수 사회에서 상당한 인센티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투자자가 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 해당 안건이 정기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과거에도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 적이 있었지만 회사 측 안건을 부결시킬 만큼의 동의를 얻는 데는 이르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의 의견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산학 협력은 기술 개발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 중 하나"라면서 "산학 협력에 기여한 부분을 사외이사 선임의 장애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전문성을 활용해 기업 경영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로 인물의 적합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혁재 교수는 "과거 삼성과 연계된 연구를 했었으나 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 혹은 스타트업과 연계된 연구도 많았다. 현재는 삼성전자 지원을 받고 있는 연구는 진행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독립성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반도체 전문가로서 삼성전자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적절한 의견을 제시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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