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BI그룹을 이끄는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은 일본 금융업계에서도 독특한 경영 철학을 지닌 인물로 꼽힌다. 그가 주창하는 건 그룹 안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생태계' 개념이다. 실제 SBI그룹은 단기간 증권, 은행, 보험 등 여러 분야의 금융 자회사 설립과 인수를 통해 일본 내 중대형 금융지주로 발돋움했다.그는 한국 시장에서도 이같은 경영 철학을 일관되게 적용했다. 2000년대 초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에 선제적으로 지분 투자를 한 뒤 시장 상황을 살피던 SBI그룹은 2010년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그랬듯 투자회사로 시작해 점차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다음 타깃으로 택한 건 리테일금융을 맡을 수 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이었다. 2000년대 초 지분 투자를 한 뒤 부실은행 사태 이후인 2013년 지분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후 경영 정상화까지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했고, SBI저축은행은 기타오 회장의 한국 사업 확장에 전초기지 역할을 맡아 왔다.
2021년엔 지주사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SBI캐피탈을 설립하며 기업 생태계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이후 지주사 전환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2023년 SBI저축은행은 배당을 실시하면서 배당 일부를 자산운용사 설립, 인수 등 국내 사업 재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을 밝히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기타오 회장은 '기업 생태계'를 구축할 다른 방안으로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동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교보생명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다. 앞서 SBI홀딩스는 교보생명 지분 20%를 사들이며 풋옵션 분쟁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백기사'로 등판했다.
SBI저축은행 지분 50%도 단계적으로 교보생명에 양도한다. 지분 동맹을 맺는 셈이다. 다만 주식 양도 구조가 독특하다. SBI홀딩스는 50% 지분을 교보생명에 양도한 이후에도 SBI저축은행의 경제적 권리 70%를 보유한다. 경제적 권리는 법적 소유권과는 별개로 수익이나 가치 변동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가지는 지분을 의미한다.
꿩 대신 닭이다. 기타오 회장은 지주사 전환이란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경제적 권리라는 실속을 챙겼다. 그가 강조하는 기업 생태계 관점에서도 국내 '빅3' 생명보험사로 꼽히는 교보생명과의 시너지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SBI그룹 한국 진출기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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