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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차입매수' [thebell desk]

김일문 자본시장부장공개 2025-05-07 08:00:01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회생신청으로부터 촉발된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차입매수 방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로 볼 수 있지만 회생에 직접적인 트리거가 됐던 것은 홈플러스에 쌓여있는 과도한 차입금이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는 분위기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도 이자비용 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허덕이는 상황이다 보니 빚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리 없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차입매수는 투자 수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운용사들의 성과는 수익률로 대변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률은 타인자본 활용을 통해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남의 돈을 빌려쓰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적당히 감당할 수 있고, 또 통제할 능력이 된다면 차입은 자기자본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요긴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펀드의 출자자인 LP(유한책임사원)들도 차입매수 방식을 선호한다. 운용사가 출자금을 몽땅 털어넣어 피투자기업에 에쿼티로만 쓰기 보다는 일정부분 빚을 활용하길 바란다. 이 역시 수익률 때문이다. 출자 성과를 신경써야 하는 LP 입장에서도 인수금융은 꼭 필요한 수단이다.

문제는 늘 과중할 때 발생한다. 피투자기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뻔한데 자본지출과 별개로 이자비용 대납을 위해 배당으로 줄줄 새어나갈 경우 밸류업은 커녕 오히려 독이된다. 과도한 인수금융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성장과 영속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통제돼야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운용사의 차입매수가 증권사 영업경쟁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피투자기업의 상황은 아랑곳 않고, 수수료를 더 많이 벌기 위한 도넘는 인수금융 대출 영업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과거 과도한 인수금융 영업으로 인해 증권사 배만 불리고 타겟기업은 이자비용을 감당하느라 허덕이던 사례가 종종 목격됐지만 이러한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결국 정도의 문제다. 날카로운 회칼은 요리사의 손에 쥐어지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되는 반면 흉악범의 손에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되는 것처럼 차입매수도 적정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어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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