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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자른 '한솔' 혹 붙인 '효성'

길진홍 기자공개 2010-12-06 08:46:41

이 기사는 2010년 12월 06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그룹과 우리은행간 ‘한솔건설 워크아웃’ 갈등이 법정관리로 막을 내렸다. 우리은행의 자금지원 요구에 한솔그룹이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자 워크아웃 수용불가 판정이 떨어졌다. 결국 한솔건설은 법정관리라는 막다른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솔건설 워크아웃 신청 논란은 겉으로는 한솔그룹과 우리은행 간 힘겨루기로 비춰졌으나 실상은 부실 계열사 회생 책임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그룹과 대주(은행)간 싸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은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 대주주의 지원을 요구했다. 대부분 그룹이 채권단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룹계열 건설사 워크아웃에는 어김없이 출자나 현금지원 등이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한솔그룹은 버텼다.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계열사 자금 지원은 곤란하다며 은행의 요구를 거절했다. 건설업 침체로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금 투입은 명백한 배임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한솔건설과 선을 그었다.

한솔그룹은 한솔건설과의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자금 지원 명분을 희석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한솔건설에 대한 지원은 자본 출자 또는 자산 매입 등의 형태로 이뤄졌다. 동시에 지급보증과 자금대여 등의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했다.

한솔건설의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그룹의 동반부실 가능성을 이미 대비했다는 얘기이다. 한솔그룹은 건설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보증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다. 경영난이 심화되면 언제든 꼬리를 자르겠다는 것이다.

은행은 논리에서 밀렸다. 대주주가 계열사 부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수준 이상의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채권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정관리보다 워크아웃이 유리하나 이를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워크아웃을 받아들였다가 그룹 지원이 없는 부실 건설사 구조조정의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지난 6월 말 효성그룹은 한솔그룹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건설업 3차 신용위험평가를 앞두고 주채권은행이 계열사인 진흥기업에 대한 자금 투입을 요구했다. 결국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 2008년 진흥기업 인수금액(93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진흥기업은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껐지만 경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당기순손실액이 553억원(9말 기준)으로 유상증자 이전에 비해 증대됐다. 공사 미수금 누적으로 인한 자금운용의 미스매칭은 그룹의 추가 자금 투입 우려를 낳고 있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단기간 내 재무구조가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효성그룹은 또 최근 청산이 결정된 효성건설의 채무 180억원을 떠안았다.

그룹의 부실 계열사를 살리고 죽이는 건 대주주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수의 주주 이익을 고려해 검토돼야 한다. 한솔과 효성의 선택이 각각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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