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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1조 시대 ‘빛 대신 빚’ 설립자본금 높이고 펀드 대형화 서둘러야…성과보수 '현실화' 필요

이상균 기자공개 2011-07-26 10:19:00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 매거진 thebell insight(제5호): 1st half of 2011, Korea capital market league table 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1년 07월 26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억원 규모의 조합이라면 운용사가 최소 20억원은 부담해야 한다. 아무리 수익이 좋더라도 5년간 50억원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성과보수는 6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탈의 수익구조를 뜯어보면, 대형화에 왜 그리 몸부림치는지 알 수 있다. 벤처투자 1조원 시대의 ‘그늘’을 짚어봤다.

지난해 벤처투자 총액이 10년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봄이 찾아온 것처럼 벤처캐피탈 업계도 오랜만에 들뜬 분위기다. 대형 유동성공급자(LP)가 아낌없이 돈을 풀어준 덕분에 곳간도 두둑해졌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늘어난 유동성과는 대조적으로 신생 벤처캐피탈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최근 창투업을 포기한 매지링크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최대주주가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창투업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 신생 벤처캐피탈, 5년간 최소 60억원 지출

벤처캐피탈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은 50억원이다. 중소기업청이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존 100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 설립된 벤처캐피탈은 총 13개로 2002년 이후 최대다. 정책 변화는 나름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창투사 라이선스를 반납한 곳도 10개에 달했다. 실질적으로 늘어난 벤처캐피탈이 3개 뿐이라는 얘기다. 적지 않은 신생 벤처캐피탈이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수십억원의 손실만 입은 채 사업을 포기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벤처캐피탈 사업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는 최대주주들이 이 분야의 수익구조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벤처캐피탈이 5년간 사업을 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이들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태펀드는 정책적 목적으로 신생사에게 100억원 규모의 초기기업투자조합의 운용을 맡기곤 한다. 모태펀드의 출자 금액은 보통 60억원이다.

문제는 나머지 40억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매지링크인베스트먼트의 경우 30억원을 출자하기로 약속했던 연세대가 약속을 뒤집으면서 결국 조합 결성에 실패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100억원 중 운용사가 최소한 20억원은 부담을 해야 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며 “트랙레코드가 없는 신생 벤처캐피탈에게 선뜻 수십억원을 출자해 줄만한 LP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임직원 숫자를 4명으로 가정하면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비용 및 각종 관리비용 등으로 연간 7~8억원이 소요된다. 5년간 40억원이다. 조합 출자금 20억원과 합치면 총 지출이 60억원에 달한다.

◇ 투자 잘해도 겨우 자본금 잠식 면하는 수준

수입 구조를 살펴보자. 벤처캐피탈이 벌어들이는 돈은 관리보수와 성과보수가 전부다. 관리보수의 경우 조합 약정총액의 2.5% 수준이다. 성과보수는 내부수익률(IRR) 기준 7~8%가 넘을 경우 초과수익의 20%가 지급된다.

일단 100억원 규모 조합을 결성하면 관리보수로 연간 2억5000만원이 지급된다. 5년간 12억5000만원이다. 앞서 지출된 돈 60억원에 12억5000만원을 빼면 47억5000만원. 자본금 50억원 중 고작 2억5000만원이 남는 셈이다. 자본금 잠식을 겨우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성과보수가 있긴 하다. IRR 8%를 기준으로 할 경우 100억원을 투자해서 146억원 이상을 회수해야 가능하다. 총 수익률 기준으로 46%를 웃돈다. 만약 166억원을 회수했다고 가정해도 윤용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초과수익 20억원의 20%인 4억원에 불과하다. 아무리 투자를 잘 해도 신생 벤처캐피탈의 최대주주가 5년간 50억원을 투자해 벌어들인 돈은 6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수익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일부 벤처캐피탈들은 고유계정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며 “자본금의 기준을 다시 높이는 방안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벤처캐피탈 대형화 '생존의 문제'

신생 벤처캐피탈의 험난한 가시밭길은 기존 벤처캐피탈에게 운용자산(AUM)을 늘려 대형화에 나서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미 엠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은 PE본부를 신설하고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벤처투자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한 곳이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다. 지난 1999년에 설립된 스틱은 빠른 속도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벤처투자에만 머물지 않고 PEF를 통해 대형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틱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대형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벤처캐피탈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스틱이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설립된 지 7년만이다. 자본금 50억원의 벤처캐피탈이라면 이미 손들고 나갔을 만한 시간이다.

이는 자본금 180억원으로 시작해 SK텔레콤, ZAD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꾸준히 자금을 수혈 받은 덕분이다. 벤처캐피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최대주주 도용환 회장의 인내심도 한 몫 했다.

2006년 스틱의 운용자산은 8000억원 규모였다. 이때부터 펀딩→투자→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한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물론 일찍부터 해외투자에 나선 스틱은 다른 벤처캐피탈에 비해 수익 창출을 위한 운용자산의 기준이 높은 편이다.

스틱 관계자는 “스틱은 창업 초기부터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해외 진출은 무수익 자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신생 벤처캐피탈의 경우 창업 후 5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기간 동안 인력 증가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조합 규모와 관리보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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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장만으론 한계..수익 창출 위해 '해외 진출'

스틱의 수익구조는 현재 벤처캐피탈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수입부문에서 관리보수와 성과보수에 절대적인 의존, 높은 인건비 및 관리비에 대한 부담 등이다.

지난해 스틱은 매출 213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투자조합 수익이 168억원으로 79.2%를 차지했다. 절대적인 비중이다.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는 각각 120억원(56.6%)과 31억원(14.8%)으로 집계됐다. 운용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스틱조차 성과보수가 30억원대에 그친다는 점은 그만큼 성과보수 받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스틱의 지난해 운용자산은 약 1조원. 관리보수 120억원을 감안하면 보수율은 약 1.2%에 그친다.

스틱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177억원으로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급여다. 68억원이 지출돼 38.5%를 기록했다. 스틱의 임직원 수가 약 65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약 1억원이 지급된 셈이다.

급여와 복리후생비, 임차료, 소모품비 등 각종 관리비용을 모두 합친 비용은 111억원에 달했다. 비중은 62.7%. 이밖에 법률 자문 서비스, 컨설팅 계약, 실사 등에 사용된 지급수수료가 45억원으로 25.4%를 차지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대형사인 스틱조차 늘어나는 인건비와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펀딩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자전거가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과 같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결국 해외투자가 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더 이상 국내 벤처투자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최근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가 해외투자를 겨냥한 정기출자를 잇달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결국 벤처캐피탈의 미래도 해외투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대형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 성과보수 체계 개편..'수익률 높은 GP에 더 주자'

벤처캐피탈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보수 체계의 변경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벤처캐피탈의 수익구조가 관리보수와 성과보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관리보수 인상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운용사의 능력에 따라 금액의 차별화가 가능한 성과보수 인상이 주요 골자다.

정책금융공사와 국민연금, 한국IT펀드(KIF), 모태펀드 등의 관리보수는 1.0~2.5%다. 조합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보수율도 1% 초반대로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조합 규모별로 보수의 차등화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성과보수의 경우 내부수익률(IRR) 기준 7~8%를 넘을 경우 초과수익의 20%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리보수 인하의 반대급부로 성과보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초 한·일 부품소재기업 상생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IRR 8% 이상일 경우 초과수익의 30%를 성과보수로 지급하겠다고 공고했다. 10%p가 높아졌다. 다수의 LP들도 이처럼 성과보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성과보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벤처투자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IRR 기준 7~8%를 넘을 경우 총수익의 20%를 GP에게 성과보수로 주고 있다. 국내 기준점인 초과수익과는 엄청난 차이다.

A라는 벤처캐피탈이 100억원 규모 조합을 운용한다고 치자. 성과보수 기준은 IRR 8%다. 5년 뒤 A는 성공적인 투자로 투자금을 150억원으로 불려 회수했다. 성과보수 지급 요건인 146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만약 국내처럼 초과수익을 기준으로 할 경우 146억원을 초과한 4억원의 20%인 8000만원이 지급된다. 반면 미국은 총수익 50억원 중 20%인 10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10배 이상의 차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벤처투자 역사가 오래된 미국은 운용사에게 성과보수를 후하게 줘도 나중에 들어오는 총수익을 감안하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본질은 운용사의 동기부여를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대형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성과보수 인상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다. 보수 인하에 목을 매고 있는 LP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임원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이제 겨우 10년을 넘을 정도로 역사가 일천하다”며 “운용사의 실력을 가늠할만한 트랙레코드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LP들이 대부분 정부기관 혹은 정부 입김이 강한 연기금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민의 돈으로 출자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보수 인상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자칫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연기금 대체투자실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LP가 대부분 민간자금이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에 따라 보수 체계나 운용의 폭을 설정할 수 있다”며 “사정이 180도 다른 국내에서는 보수 인상 논의를 꺼내기도 쉽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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