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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위험'을 재무구조평가에 반영? 타당성 논란 정부당국 개별기업 개입 가능성, '형평성 의문' 불만도

김선규 기자공개 2018-05-16 11:15:38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5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평판위험(Reputation Risk)을 주채무계열 재무구조평가 항목에 포함한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만한 평판훼손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성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평판위험을 평가할 경우 기업 재무구조평가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너일가의 도덕적 일탈행위 등의 이유로 정부가 개별 회사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가능성과 감독당국의 재량권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의 정치화, 규제유예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주채무계열 평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주채무계열 재무구조평가에 해외사업 위험요인과 평판위험 등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이 크게 상승하면서 평판 훼손이 기업가치 및 재무성과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안팎에서는 평판위험에 대한 중요성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글로벌 컨설팅 업체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평판위험과 신용평가, 재무성과지표가 음(-)의 관계가 있다는 자료를 여러 차례 발표했다.

2014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내놓은 '기업의 평판 리스크 글로벌 서베이'를 보면 글로벌 대표 기업 임원진 300명 중 87%가 평판위험이 경영전략 관점에서 다른 어떤 리스크보다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평판 리스크로 인해 기업 매출과 기업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41%에 달했다.

폭스바겐은 평판위험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2015년 배기가스 조작 논란으로 주가는 40% 가까이 떨어졌고 각국 정부로부터 소송, 압수수색 제재가 이어졌다. 미국 법무부의 경우 최대 106조원의 민사소송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판위험에 대한 식별과 평가를 어떻게 정량화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다. 평가에 대한 불투명성과 재무구조 취약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과 관련돼 있다. 평판위험으로 자칫 재무적 위험기업으로 낙인 찍힐 경우 실제 부실위험이 낮더라도 자금조달비용 상승 및 투자여력 상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무구조개선운영준칙' 등이 비공개 원칙으로 구체적인 평가항목 및 기준이 감춰져 있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고, 정부당국가 평판위험을 기업경영을 간섭할 수 있는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협력업체와의 거래 공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 고유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느냐"며 "정부 기업 정책 및 경제 스탠스에 맞추지 않을 경우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기업활동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너가 아닌 경영자, 즉 대리인 문제로 분식회계 및 횡령 배임 등 위법행위 및 도덕적 일탈행위가 불거질 경우도 재무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대리인 문제가 개별회사의 재무구조를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될 수 없다는 배경에서다.

더욱이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자칫 평판위험으로 인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등을 체결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대기업 집단 중 재무건전성이 낮은 집단에 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약정을 맺는데 당장의 부실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평판위험으로 구조조정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판위험은 정도에 따라 최대 4점까지 감점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은 불과 2~3점 차이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수 있다"며 "해당기업들은 결국 평판위험의 감점에 따라 재무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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