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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성장 멈춘' 농협유통, 계열사 기여도 감소하나로마트 등 소매유통부문 적자 영향 탓, 매출 의존도 증가

안경주 기자공개 2018-06-18 16:12:54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2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농산물 유통센터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농협유통이 성장전략 부재에 고심하고 있다. 소매유통부문 적자로 매출 성장세가 멈춘데다 계열사에 대한 기여도 역시 점차 축소되고 있는 탓이다. 반면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농협 유통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하나로마트 직영점과 유통센터를 운영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협유통 매출액은 2010년 1조478억원, 2011년 1조919억원, 2012년 1조1377억원, 2013년 1조1809억원, 2014년 1조2304억원 등 매년 4%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엔 1조368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11.23% 성장했다.

농협유통 주요 경영지표

그러나 최근 성장세가 멈췄다. 농협유통 매출액은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1조3542억원, 2017년 1조3522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이는 하나로마트 적자 등 소매유통부문의 매출 부진 탓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하나로마트 등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해 지면서 성장을 지속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 간 경쟁 심화로 소매유통부문 매출이 감소하면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유통은 1995년 5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로 설립된 농산물 유통 전문회사다. 중간마진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목적으로 세워진 농협유통은 1998년 국내 최초로 농산물 물류센터를 설립해 농산물의 신유통체계를 확립했다. 현재 농협경제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출범 3년만에 농협 알짜 계열사로 성장한 농협하나로유통과 비슷하다. 다만 농협하나로유통이 가공생필품에 대한 구매권을 확보해 전국 하나로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는 반면 농협유통은 축·수산물에 대한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농협유통의 상품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98% 가량을 차지한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 감소와 함께 계열사 기여도, 즉 계열사로부터 상품(물품)을 구매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유통은 그간 계열사 등으로부터 농산물을 매입해 하나로마트 등에 공급하는 일을 해왔다.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한 것. 이를 통해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를 얻어왔다.

농협유통 계열사 의존 기여도

농협유통이 계열사로부터 상품 등을 매입한 금액은 2010년 6210억원, 2011년 6645억원, 2012년 7453억원, 2013년 6663억원, 2014년 7882억원, 2015년 8080억원 등으로 일정하지 않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 매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5~65%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6년 계열사 매입액 비중이 50.93%로 떨어졌고 지난해 37.98%로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매입액 규모도 5135억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000억원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계열사 상품을 매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농협유통의 기여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하나로마트 등)의 적자로 인해 2014년부터 소매유통부문 매출이 감소했다"며 "유통매장의 매출 감소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졌다는 뜻이고 도매상 역할을 하는 농협유통은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만큼 계열사로부터 상품 매입을 그만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협유통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셈이다. 2010년 계열사 매출액은 686억원이었으나 지난해말 기준 4826억원으로 600% 이상 증가했다. 농협유통의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6.55%에 불과했으나 2012년(13.81%) 처음 10%대를 넘긴 후 2015년 25.39%, 2016년 30.11%, 2017년 35.69%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축산·수산물을 일괄 구매해 전국 하나로마트에 공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협유통은 2014년부터 축산·수산물 통합 구매 및 운영을 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하나로유통과 사업군이 비슷한데다 계열사에 의존도는 높아지고 기여도는 낮아졌다"며 "소매유통점의 흑자전환을 위한 농협유통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면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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