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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M&A 사이클 이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12-10 08:16:52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3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이 만들어 놓은 사업을 넘겨받는 것을 M&A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런 현상은 고대부터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M&A는 현대적 의미다. 넓게는 회사 형태, 좁게는 주식회사 형태의 사업을 합치거나 넘겨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의 M&A와 경영권 분쟁은 19세기에 흔한 것이었고 그 내용도 지금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상당히 진보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M&A의 역사를 1890년대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붐이 일어나면서 진행되어 왔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M&A는 다섯 번의 사이클을 따라 발생했다. 그 이후에는 일상화 되어서 특별한 주기를 말하기 어렵지만 여섯 번째 주기를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각 주기가 시작된 시점은 애매하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한 주기가 종결되는 패턴은 일정하게 나타난다.

첫 번째 M&A 주기는 1893~1904년이다. 셔먼법이 카르텔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시작하자 투자은행들의 주도 하에 철강, 석유, 광산, 철도 등 산업에서 대형 수평결합이 성행했다. 4,277개의 회사가 257개로 재편되었다. 록펠러, 카네기 같은 이름들이 여기서 부각된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하자 한 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간 합병을 검토하라고 한 일화가 있는데 같은 맥락이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M&A 사례가 1901년 8개의 철강회사가 합병해서 탄생한 유에스스틸(U.S. Steel)이다. 유에스스틸은 당시 세계 최대의 회사였다. 이 과정은 JP모건이 주도했다. 8개의 경쟁회사가 하나의 거대기업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유가 분산되었는데 이는 다른 거대 기업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는 1904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독점금지법을 엄격히 집행하면서 종료되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 시기가 1차 대전까지 지속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두 번째 주기는 1919~1929년이다. 이 시기에는 다수의 수직적 결합이 발생했다. 이 시기에 미국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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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철강제련소에서 완성차 제조공장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었다. 이 시기는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으로 종료된다.

세 번째 주기는 1955~1969/73년이다. 이 시기에 복합기업그룹의 개념이 정착되었다. 관련, 비관련 다각화를 위한 M&A가 성행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그룹들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도 이 시기다. 복합그룹의 창시자들은 비전을 보유한 영웅들로 존경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1969년에서 1970년에 하락해서 다각화에서 발생한 시너지를 향유하지는 못한 채 이 시기가 끝났다.

네 번째 주기는 1974/1980~89년이다. 이 시기에는 적대적 M&A가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레이더들도 등장했다. 정크본드 시장이 활성화 되어서 LBO가 증가했다.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들도 도입되었지만 M&A 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1989/90년에 정크본드 시장이 몰락하고 저축대부조합들이 대거 도산하면서 이 시기는 막을 내린다. 상업은행들이 부실화 되었던 시기다. 유럽에서는 이 시기에 유럽경제통합에 대비하는 수평결합이 성행했다.

다섯 번째 주기는 1993~2000년이다. 이 시기는 자본시장의 활황에 힘입은 대형 M&A의 시기다. 엔론을 포함한 몇몇 대형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져 버블이 붕괴하면서 종료되었다.

이 시기에는 자본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고 높아진 주가가 M&A를 견인했다. 미국 정부의 독점금지 정책이 다소 이완된 것도 M&A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종래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초대형 기업들간의 M&A가 속출했다. 씨티와 트래블러,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엑슨과 모빌의 합병, 보다폰의 만네스만 적대적 인수가 그 예다. 사상 최대 M&A 10건 중 9건이 발생했다. 다수의 딜은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집행되었다.

여섯 번째 주기는 2003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M&A의 시기라고 일컬어진다. 2002년 1조2천억 달러였던 M&A시장은 2006년에 3조4천억 달러가 된다. 세계화 조류가 큰 요인이 되었고 프랑스,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정부가 이른바 ‘내셔널 챔피언' 정책을 채택해 자국 기업 대형화를 견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또 헤지펀드 행동주의와 사모펀드의 급성장도 M&A 증가에 기여했다. 특히 요즘은 다수의 딜이 사모펀드에 의한 딜이다.

지금이 여섯 번째 주기인지 아니면 다른 특징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일곱 번째 주기인지는 시간이 더 경과해야 분명해 질 것이다. 그러나 주기 이론은 현실적으로는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경제와 자본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소의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M&A는 이제 모든 기업들의 성장전략으로 자리잡았고 무수히 많은 신생기업들이 그를 염두에 두고 창업되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경제는 M&A를 종래와는 다른 양상과 집중도로 활성화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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