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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선취수수료 인하' 카드 왜 꺼냈나 '피베이스'로 패러다임 전환 추진…그룹차원 개편의지 관건, 실현가능성 '미지수'

최필우 기자공개 2019-07-15 08:25:57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2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상품판매 선취수수료 인하라는 강수를 준비하고 있다. 선취수수료 상한선을 100bp로 두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과거 증권사를 중심으로 선취보수 인하 움직임이 있었지만 상한선 도입은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자문 수수료 중심의 피베이스(Fee Base) 자산관리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목표다.

선취보수를 낮추면 판매보다 관리가 강조되는 건전한 자산관리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의 생각이다. 신한금융그룹이 WM 매트릭스 개편 등으로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다른 판매사에 미칠 영향도 클 전망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커미션(Commission) 중심 영업 한계 '절감'

신한은행 수수료수익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수수료수익 1조370억원을 기록, 1조원 고지를 밟았다. 수수료수익은 펀드, 방카슈랑스, 신탁, 외환, 기타 수수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자산관리와 직결되는 금융상품 수수료 추이를 보면 고전한 흔적이 엿보인다. 지난해 펀드 수수료는 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9.26%) 줄었다. 지난 2013년 펀드 수수료 1180억원을 기록한 이후 답보 상태다. 이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공모펀드 수익률 부진과 무관치 않다. 은행원이 펀드 가입을 권유한다고 무조건 믿고 가입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57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주력인 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이 대폭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자산관리 수단으로 메리트가 사라져 방카슈랑스 시장 회복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다.

신탁 수수료는 1990억원으로 선전했지만 주가연계신탁(ELT)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상품에 편입한 ELS가 6개월 만에 조기상환 되면 재판매하는 식의 '이모작'이 관행이 됐다. PB 입장에선 KPI에 도움이 되는 손익을 연 2회 올릴 수 있으니 효자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작년 조기상환 지연 물량이 속출하는 등 고객 불만이 커지자 영업 행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한은행은 금융상품 판매로 커미션(Comission)을 쌓는 식의 영업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봤다. 더 이상 양적 성장에 집착했다간 고객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에 대한 의존도를 스스로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사적으로 선취보수를 100bp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나왔다.

다만 자문 보수를 제공하는 데 인색한 국내 자산관리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당장 피베이스 영업이 자리잡는 게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우선 후취보수를 높여 판매 만큼이나 관리를 중시하는 영업점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PB는 "국내 판매사 PB 중 KPI 관리를 위해 고객에게 판매하고 싶지 않은 상품 가입을 부탁한 경험이 없는 이가 드물 것"이라며 "상품 선취보수를 낮추고 후취보수를 높이면 중장기적 관점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자수익 버팀목" vs "실적악화 감당 힘들 것"

업계에서는 막대한 이자수익이 선취수수료 인하라는 실험의 바탕이 돼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 이자부문수익은 5조5860억원으로 비이자부문수익(8826억원)을 압도한다. 금융상품 수수료수익 체질 개선에 돌입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 영업실적 목표치는 매년 높아져 왔다. 선취보수를 전반적으로 낮췄을 때의 영향을 감안해 향후 실적 목표치를 전년 대비 낮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선취보수 100bp 이상 상품이 KPI 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해도 손익 관리 차원에서 고보수 상품이 팔리는 것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실험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당장의 손실을 감내하면서 선취보수를 낮추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행장 또는 WM그룹 임원의 임기가 제한적이라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거 몇몇 판매사가 고객수익률 중심으로 성과급 체계를 개편하려 했으나 아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없다.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임직원들이 연임 또는 승진을 위한 손익 관리를 등한시 할 수 없었다. 대대수 판매사는 여전히 고객 만족보다 주식 위탁판매 수수료나 금융상품 판매 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수익 후퇴를 감수하고 보수체계를 바꾸려는 관리자가 드물 뿐더러 후임자가 같은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며 "신한은행이 수수료체계 개편에 성공하려면 그룹 차원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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