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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을 움직이는 사람들]종로5가 '임성기'약국 '1조' 제약사로 크다①임성기 회장 뚝심의 리더십 "신약개발은 목숨같다"…실패에도 "흔들리지 말라" 당부

강인효 기자공개 2019-10-22 08:10:29

[편집자주]

한미약품은 설립 50여년 만에 한국 신약 개발을 대표하는 제약회사로 우뚝 섰다. 제약 역사 100년 중 한미약품의 역사는 짧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매출 1조원의 외형과 3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미약품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4일 10: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한미약품 창업자 임성기 회장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

'임성기약국'에서 시작해 오늘날 국내 메이저 제약회사로 발돋움한 한미약품의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의 평생 지론이다.

임 회장은 조그마한 약국에서 시작해 오늘날 매출 1조원을 넘는 제약사를 키워냈다. 그는 제약사가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제약산업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임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R&D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와 9건에 달하는 신약 기술수출 계약도 이뤄냈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30개에 달한다.

올해 산수(傘壽)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여전히 건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한미약품그룹 전반의 주요 경영 활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금도 임성기 회장을 빼놓고는 한미약품을 말하기 힘든 이유다.

◇임성기약국서 시작한 한미약품

1940년 김포 출생인 임 회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27살이던 1967년 서울 종로5가에 자신의 이름을 건 '임성기약국'을 열었다. 당시 약국은 동네 이름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임성기약국은 본인의 이름을 내건 몇 안 되는 약국이었다. 그만큼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환자를 대했다. 임성기약국은 '서울 3대 약국'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당시 성병이 유행했는데, 임 회장은 적절한 배합으로 항생제를 처방해 환자들의 완치율을 높이면서 그 명성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임 회장은 약국을 운영하며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약을 파는 데에만 만족할 순 없었다. 직접 '제약'을 해보겠다는 의지로 창업을 했다. 1973년 6월 당시 임성기 사장은 홍병석 부사장과 정지석 상무로 임원진을 구성해 '임성기제약'을 설립했다. 같은해 7월 동료 약사들이 합류하면서 사명을 '한미약품공업'으로 바꿨다.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 30주년 사사(社史)에서 "첫걸음을 시작할 때 그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며 "이미 200여개의 제약사들이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제약사를 세운다는 것은 너무도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제약사 등록번호는 214번째였다. 임 회장은 제약산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집중적인 R&D 투자와 독창적인 경영기법으로 한미약품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형 R&D 전략' 채택…"개량신약·혁신신약 병행"

임성기 회장은 후발주자로서 한미약품이 성장하는데에는 집중적인 R&D 전략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임 회장은 중단기적으로는 개량신약과 퍼스트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는 병행 전략인 '한국형 R&D 전략'을 채택했다.

임 회장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본, 기술, 인력, 시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무작정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중단기적으로는 개량신약과 퍼스트 제네릭 개발에 집중하며 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을 위한 현실적 토대를 만들어갔다"고 언급했다.

한미약품은 1989년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개량 제법에 관한 기술을 수출한 것이다. 6년간에 걸쳐 총 6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20년 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처음으로 개량신약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고혈압 복합 치료제 아모잘탄은 지난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량신약 1호로 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3년에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로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한미약품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개량신약은 총 5개로 국내 제약사 중 1위다.

임성기 회장은 자체 R&D 역량을 꾸준히 성장시키면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도 나섰다. 한미약품은 2011년말 미국 바이오기업 아테넥스에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기술수출했다. 계약금 및 단계별 성공시 수령하는 마일스톤 등을 합한 총 계약 규모는 4244만달러다. 아테넥스는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해 항암 주사제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바꾼 항암 신약 '오락솔'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성기 회장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글로벌 제약사로 다수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국산 의약품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오락솔을 포함해 2016년까지 해외 제약사와 총 9건의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수출 총 규모만 9조원에 달한다.

◇"제대로 된 신약 만들겠다"…뚝심의 리더십

지금까지 세운 수많은 한미약품의 1호 타이틀과 R&D 결과물은 임 회장의 뚝심에서 나온 산물이다. 약사 출신 회장의 뚝심이었다. 임 회장이 지난 10년간 한미약품 R&D 투자에 들인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매년 벌어들인 돈의 20%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임 회장은 성공했을 때에도 자만하지 않고, 실패했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이 2015년 6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을 당시 많은 언론이 '잭팟'을 터트렸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는 "신약 개발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고난도의 R&D 결과물이다"며 "R&D 집중 투자와 육성을 묵묵히 정진한 결과를 마치 '한탕주의'처럼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실패에 대해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미약품의 폐암 치료 혁신신약 '올무티닙'의 기술수출 계약은 2016년 해지됐다. 이를 포함해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총 4건의 계약이 해지되는 실패를 맛봤다. 임 회장은 올무티닙 개발이 좌초됐을 때 "신약 개발에는 어려움도 있고 위험성도 있지만, 나를 믿고 R&D에 더 매진해 달라"며 "R&D를 하지 않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 회장의 리더십은 뚝심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나누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다. 그는 2016년초 1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회사) 주식 약 90만주를 2800여명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증여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R&D 성과를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신약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어려움을 함께한 직원들의 회사 사랑에 대해 보답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주역인 한미약품그룹의 모든 임직원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이번 결정이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한미약품 그룹 임직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적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의 성장을 '창조와 도전'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지난 2003년 한미약품 창립 30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우뚝 섰다"며 "한국의 한미가 아니라 명실공히 글로벌 한미가 목표로 저 넓고 넓은 세계 시장을 향해 강력히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1
한미약품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제약 강국을 위한 한미 혁신경영'이라는 경영 슬로건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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