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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신평, 항공사ABS 평정 '안이했나'…위험반영 미비 지적 회수실적 급감에도 2노치 높은 수준 유지, 대응력 충분 vs 지나친 낙관론

피혜림 기자공개 2020-05-18 13:39:42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0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사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상환 리스크가 높아지자 신평업계 등급 평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항공사 ABS 신용등급을 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리스크를 반영해 한 노치 하향 조정에 나선 한국신용평가와 상반된 행보다.

국내 신평사는 그동안 항공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 등급을 항공사 크레딧 대비 2 노치(notch) 높게 부여했으나 최근 크레딧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당장 항공사 ABS의 기초자산인 장래매출채권에서 적정 현금을 회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사 ABS의 초과담보비율이 당초 설정했던 5배를 밑도는 것은 물론 1배에 도달하지 못하는 유동화증권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매출 회복 또한 요원해지고 있어 NICE신용평가의 접근이 다소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ABS, 상환 리스크 고조…나신평 등급은 '굳건'

NICE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 신용등급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정기평가와 수시평가 등을 진행한 결과다.

이에 따라 '칼시리즈'로 일컬어지는 대한항공 ABS는 A(sf) 등급을, '색동이 시리즈'로 불리는 아시아나항공 ABS는 BBB+(sf) 등급을 유지했다. 다만 색동이 시리즈 중 일부는 은행 신용공여 제공 등으로 AAA(sf)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항공사 ABS는 최근 회수실적 악화 등으로 크레딧 이슈가 부상한 영역 중 하나다. 항공사 ABS의 경우 향후 발생한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발행한다. 장래매출채권이 당초 예상보다 적게 회수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염두해 통상적으로 조달 규모 대비 5배 이상의 장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안정성을 보강한다. 그동안 신용평가사가 ABS 신용등급을 항공사 크레딧 대비 2 노치 높게 부여한 이유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실적 직격탄을 맞자 ABS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항공운임채권 ABS 회수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00%가량 감소하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 기초자산으로부터 적정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자 가지급 중단 기준에 도달하는 ABS가 속출해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신탁 등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항공사 ABS 안정성에 대한 NICE신용평가의 믿음은 굳건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적항공사라는 점에 주목해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국가 지원 등을 기반으로 운임채권이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운송 인프라의 경우 국가적으로도 중요도가 상당하다는 게 근거다.

최근 항공사 ABS의 회수실적 감소가 신용도를 떨어뜨릴 만한 요인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이미 증권 원리금의 5배수 내외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기초자산을 설정한 것만으로도 크레딧 이벤트 여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회수 규모 등이 가변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등급을 부여한만큼 특정 시점의 실적 저하만을 기준으로 등급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ABS 안정성 '흔들'…등급 적정성 논란, 평정 비약 지적도

NICE신용평가의 등급 평정은 타 신평사와도 차이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항공사 ABS에 대한 상환 안정성 저하 등을 반영해 칼시리즈와 색동이시리즈의 신용등급을 1노치 하향조정했다. 항공수요 회복 시점과 속도 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초자산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확보해야하는 ABS의 크레딧을 항공사보다 2노치 높게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대한항공 ABS 신용등급을 NICE신용평가와 동일한 A(sf)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가 등급을 부여 중인 칼제이십오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의 경우 대한항공이 안정성을 보완하고자 신탁유보금 606억원 가량을 적립하는 조건을 설정했다. 발행금액(6000억원)의 10% 이상의 현금을 만기 시점까지 적립한다는 점에서 앞서 발행했던 항공사 ABS보다 상환 안정성은 더욱 높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NICE신용평가는 칼제이십오차 ABS 역시 기존 칼시리즈와 동일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칼제이십오차의 경우 신탁유보금 형태로 현금을 담보로 설정했기 때문에 다른 항공사 ABS 대비 상환 안정성이 높다"며 "나신평의 경우 해당 형태가 아닌 항공 ABS에도 동일한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리하게 크레딧을 끌고가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항공사 ABS 회수실적 저하세가 지속되자 NICE신용평가의 등급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고조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ABS 조기지급이 개시되더라도 해당 기간 내 회수 실적이 월별 필요적립액의 1배수 이상으로 지속된다면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항공사 ABS 중 1배수를 밑도는 유동화증권이 늘고 있어 NICE신용평가의 등급 신뢰도는 더욱 하락하는 모습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ABS의 초과담보비율이 5배라고 하더라도 당장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동화증권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항공사 크레딧 대비 2 노치를 높게 부여하는 나신평의 등급 평정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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