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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공포증' 걸린 PB들 [thebell note]

김수정 기자공개 2020-06-26 13:34:4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4일 07: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 사이에서 '금융상품 공포증'이 번지고 있다.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니 어떤 상품도 못 팔겠다는 거부 반응이다. 찝찝하게 상품을 파느니 주식을 권하겠다는 PB도 있다. 최근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크리에이터' 펀드의 환매 연기 사태가 공포감을 더 키웠다.

옵티머스 사태는 앞서 발생한 일련의 금융상품 사고들과 결이 다르다. 대규모 손실·환매 중단, 불완전 판매 논란을 일으킨 선진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파생상품과 메자닌 등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삼는 고위험 상품이다. 투자권유나 가입이 가능한 고객 풀 자체가 제한적이다.

후속 조사에서 드러났듯 한정된 풀에서 무리하게 판매량을 늘리려다 보니 일각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 또한 일부 불완전판매 사례를 차치하면 가입자 대부분이 원금 손실 리스크를 인지했을 것으로 추론하는 게 합리적이다.

반면 크리에이터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손실 리스크가 제한적인 안정형 상품으로 소개됐다. 투자성향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이었기에 우선 불완전 판매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손실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앞서 예시된 고위험 상품들과 동일 선상에서 논하기 부적절하다.

판매사 단에서 무리한 영업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해당 운용사 펀드 대부분을 판매한 증권사의 경우 상품 판매 실적과 직원 고과가 연동되지 않는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VIP 고객에게 PB들이 해당 상품을 제안한 주된 이유는 '안정성'이다.

펀드 판매에 앞서 해당 운용사 대표는 직접 판매사 영업직원 대상 세미나와 질의응답(Q&A)을 소화했다.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수탁은행 및 사무수탁사 발급 서류 등도 빠짐 없이 제출했다. 다 꾸며진 것이었다.

형식적으로는 조사 여지가 남아 있지만 드러난 정황만 두고 볼 때 여지없는 사기극이다. 이를 본 판매사들이 아무리 사전 심의와 완전 판매 프로세스를 철저히 한들 '운 나쁘면 걸린다'는 생각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딛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사모펀드 시장도 재기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 숨고르기를 할지언정 '완전히 끝나진 않았다'는 믿음이 시장 한켠에 존재했다. 얼마 간 시간이 지나면 해빙기가 올 것이란 낙관이 있었다. 판매사와 운용사들의 자정 노력이 이러한 낙관의 변수였다.

하지만 옵티머스 사태로 볕 드는 듯했던 사모펀드 시장은 다시 암흑에 갇혔다. 특히 판매사가 사모펀드로부터 등을 돌리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사태의 파장을 무시할 수 없다.

주요 판매사들 사이에선 메이저급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래를 끊는다는 극약 처방도 언급된다. 이미 경영난에 빠진 상당수 전문사모 운용사들의 장래는 더 암울해졌다. 이번 사고의 여파가 결코 짧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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