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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이 회삿돈을 쓰는 법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20-07-27 07:20:4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07: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비닐커버를 씌워두고 1년에 세 번도 안 쓸 억대 실험장비였습니다. 펀딩했다고 '신상'으로 구입했다네요. 투자자에 "국내에 3대 밖에 없는 장비예요"라고 자랑하는 거 보면 기도 안 찹니다. 번거롭게 대학이나 연구소에 부탁하고 택시타고 가서 실험하고 오느니 직접 사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죠. 돈 없을 땐 시약 이런 거 싸게 사려고 흥정도 하던 업체가 막상 돈 들어오면 “임상 등 큰 그림에 전념해야 한다”며 그냥 써버리는 겁니다.

#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은 바이오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투자사인 저희를 포함해 신규 투자사, 경영진이 함께 하는 주주간담회였습니다.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는데 시리즈 A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더군요. 인테리어가 거의 구글코리아 수준으로 바뀌고 임원들이 전부 방 하나씩 꿰찬 모습이었습니다. 매출은 1원도 안 나오는 회사가 말이지요. 저희가 물었습니다. “귀사의 주요제품은 ‘신주’입니까”

# 저희가 투자한 바이오텍의 재무자료를 검토하던 중이었습니다. 차량 리스 목록에 유명 외제차가 있길래 누가 쓰는 건지를 물었습니다. 영업본부장이 쓴다고 답하더군요. 의사들 골프 접대할 때 골프채 싣기에는 그 차가 효율적이라고. 국산차와는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아직 허가도 나지 않은 제품인데 영업에 나설 리가 만무했지요. 당장 리스 계약 취소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상당수 바이오텍은 돈을 벌지 못한다. 신주 등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뿐이다. 적자를 당연히 여기다 보니 원재료, 시약, 장비 등 지출이 대범해진다. 바이오텍의 CEO나 CFO의 모럴해저드도 여기서 생겨난다. 과거 일반 직장생활 당시 구경하기 힘든 수백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면 어떻게 사용할 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바이오업체도 쟁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운용기간이 1년 이하인 단기라고 해도 손실 가능성이 높은 블라인드펀드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투자 받은 돈을 임상 등 '본업'에 활용하기보다 아예 투자회사처럼 굴린 것이 문제였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정기예금 상품 등과 같은 안전자산에 자금을 보관했어야 했다.

국내 바이오텍 한두 군데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이자율이 워낙 낮다보니 증권사 등에서 고수익 상품으로 유혹하는 경우가 최근 많아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물론 변명거린 못 된다. 피땀 흘려 번 돈이라면 수백억 원의 돈을 그런 식으로 위험부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했을까.

투자자들이 엄격하게 이를 통제하긴 쉽지 않다. 바이오 심사역들은 산업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어서 해당 바이오텍의 CFO 만큼 재무제표에 익숙치 못하다. 일정 금액 이상의 금융상품 가입 시 이사회 결의를 강제하는 것과 같은 내부 통제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이를 원칙적으로 지키는 회사는 드물다.

결국 시장 참여자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망을 작동하는 수밖에 없다. 바이오텍의 밸류에이션은 사이언스(Science) 뿐만 아니라 '곳간'을 어떻게 운용하는 지에 따라 차별화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연구인력 외에 CFO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신주'로 조달한 자금은 '투자자의 돈'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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