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2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캐피탈사는 자금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예금 등 수신기능이 없어 외부 조달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 외부 충격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 당장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 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직격탄을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금융당국은 여전사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도로 자금조달 창구 다양화를 주문했다. 여전채가 전체 자금조달 중 70%를 넘어 외부충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가 ELS·DLS 발행자금으로 여전채를 매입하는데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차환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다. 실제 여전사 회사채의 3분의 1을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조달 다양화가 자본시장의 '꼼수'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매달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조달 현황을 파악하고 '창구지도'를 통해 비회사채 비중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은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한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는 이미 장기 CP로 1조원 이상을 조달했다.
그러나 CP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별도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미만의 단기 어음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다. 단기금융상품의 도입 취지와 다르게 장기로 CP를 발행하는 변형적 이용을 두고 자본시장법상 사각지대를 활용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이유다. 실제 회사채와 다를 바 없지만 도입 취지와 다르게 이용돼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장기CP 발행을 단순 여전사의 문제로 환원하기는 어렵다. ABS와 은행대출이 조달창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조달 비용이 회사채, CP 발행보다 높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출 금리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카드사, 캐피탈사에 조달창구 다변화를 위해 마냥 희생을 강요하기 어렵다. 여전업계 관계자도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조달 창구 다변화를 위해선 장기CP 발행밖에 대안이 없다"고 토로한다.
거시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여전사의 자금조달 창구 다양화는 시의적절하다. 다만 '대의'를 핑계로 장기 CP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에 눈 감는 것은 자본시장 교란을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러한 현상을 그 누구도 막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물론 더 큰 문제다. 결국 큰 틀에서의 해법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2013년 동양사태 이후 만기 1년 이상인 CP에 대해서는 공모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확장된 CP 시장은 다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 CP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장·단기 조달 취지에 맞춰 자금이 융통될 수 있도록 궤도를 잡아주는 것을 현시점 금융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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