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아시아나항공 M&A]결합심사 '지연' 아니라는 공정위, '상황 인식' 다른 까닭슬롯 독과점 이슈 불가피, 대한항공 전향적 자세 기대....미국·EU 등 핵심국가 승인 여부 지켜볼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05 07:40:09

이 기사는 2021년 09월 30일 16: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작년 1월30일 해당 내용을 접수한 공정위는 9주 뒤인 4월3일 '경쟁을 실질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회신했다. HDC현산의 주업이 토목 건축공사업으로 항공운송업과 상이하다는 이유였다.

국내 첫 항공사간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경우는 더 짧았다. 제주항공이 작년 3월13일 신고 후 '오케이' 사인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41일.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회생불가한 회사'라며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회생불가회사 항변)를 인정했다. 일부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지만 대안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그렇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는 어떨까. 대한항공은 올 1월14일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일수로 따지면 259일(30일 기준)이 지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 심사가 너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다리다 못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나서 "심사 지연이 유감스럽다"고 쓴소리를 했지만 여전히 공정위는 느긋하다. 발걸음을 재촉하기는커녕 오히려 "늦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시장 분위기와 다른 상황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8개월 넘게 '심사 중'…공정위 "해외 당국과 소통, 지연 아냐"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령 등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결합이 시장과 소비자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올 1월 중순 해당 작업에 착수해 어느덧 8개월 넘게 심사를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시 90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자료보정 기간을 제외한 '순수 심사기간'이다. 추가로 자료를 받아 검토하는 경우 120일을 초과해도 무방하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에 노선과 점유율 관련 자료 등을 수차례 요청해 살펴보고 있다.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는 셈이다.

공정위의 심사결과가 예상보다 늦어진다고 인식되기 시작한 건 해외 경쟁당국이 하나둘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다. 신고서를 제출한 14개국 가운데 지금까지 터키와 태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이 결합을 허락했다. 대한항공은 공정거래 법률에 신고의무가 명시돼 있는 국가들(필수) 외에 추후 공정당국의 직권조사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임의)에도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선제적 대응 차원이다.


당겨진 불씨에 기름을 부은 건 이동걸 산은 회장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쟁당국이 앞장서 다른 경쟁당국을 설득해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곳 하는 것 보려고 기다리는 것 같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단순한 서운함 표시가 아닌 이례적 '쓴소리'였다. 사실상 정부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딜이 1년 가까이 멈춰있는 데 따른 답답함 토로로 받아들여졌다.

공정위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대형항공사(FSC)간 결합인 만큼 살펴봐야 하는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개별 노선(슬롯)별로 점유율을 따져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해야 해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이종산업 기업간 결합이었던 HDC현산 때와 비교할 수 없단 얘기다. 글로벌 산업인 항공업 특성상 해외 경쟁당국과의 지속적인 교감도 필수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경쟁당국들이 각자 판단을 내리지만 어느정도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며 "독과점 문제가 있는 노선은 관련 국가들과 함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딜이 무산될 수 있어 해외 당국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정조치를 동반하는 딜은 보통 1년 정도 걸린다"며 "전혀 지연되고 있는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굳이 결정을 서두르진 않을 걸로 본다. 결합을 승인한 뒤 다른 나라에서 불허하면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연합, 중국 등 핵심 국가들의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나서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해외 당국들이 공정위의 판단을 참고하겠지만 반드시 같은 결정을 내릴 거란 보장이 없다. 괜히 자국에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살 우려도 있다. 차라리 천천히 결론을 내는 게 안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비자 편익 보호라는 '든든한' 방패도 있다. 이번 딜의 경우 일부 국내·국제선 노선에서 독과점 이슈가 불가피하다. 인천발 항공편의 주요시간대 슬롯이 통합항공사에 편중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독과점 심화는 결국 운임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나쁠 게 없다는 얘기다. 되레 너무 일찍 오케이를 했다가 추후 책임소재를 따질 일이 생기면 곤란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의 '전향적' 자세 기대…예외 적용 가능성 '희박'

공정위는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대한 관련 언급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일부 노선의 운수권이나 슬롯을 조정·반납하는 내용의 '조건부 승인'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해외 당국들도 양사 중복노선에 대한 경쟁제한 가능성을 깊이있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에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지적하는 경쟁성제한 우려 노선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공정위가 독과점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한항공으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는 점이다.

운수권과 슬롯은 모두 정부가 배분해준 자산이다. 하지만 회사의 영업권과 직결되는 만큼 대한항공 역시 수년간 확보와 유지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 약속하고 이동걸 회장 역시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공정위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감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하려고 있지만 여러가지가 걸려 있어 언제 결론이 나올지 모른다"며 "기본적으로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슬롯 반납은 유럽연합(EU) 등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선 영업권 침해로 느낄 수 있다"며 "실제 운임인상 방지책 역할을 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이나 독과점 이슈와 무관하게 기업결합을 승인하려면 이번 딜에 대해 '회생불가 항변'이 인정돼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생불가회사' 요건을 갖추거나 대한항공 인수 외 다른 대안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이를 인정했던 전례가 있다. 청주-타이페이 등 일부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었으나 예외를 허용했다.

대한항공은 내심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불가능한 기업으로 보길 원한다. 앞서 산은이 재계 6대그룹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했으나 다들 거절했던 만큼 대체매수자가 없는 경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사정이 다르다고 본다. 이스타항공은 상당기간 자본잠식 상태에 머무는 등 재무상태가 심각했고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인수할 대체자도 없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속 여객·화물 영업을 하고 있고 수익도 내는 중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결정한 산은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당시 산은의 지원 결정에는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회생 가능성은 산은이 쌍용차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며 내세운 명분이기도 하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을 회생불가회사로 인정하려면 산은과 엇박자를 내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생불가 항변 역시 공정위 뿐 아니라 해외 당국 모두가 인정을 해야 하는데 조건이 까다로워 굉장히 어렵다"며 "이스타항공은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추가 자료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제출하고 관련 설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