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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전기트럭' 제인모터스가 남긴 교훈 [thebell note]

방글아 기자공개 2021-11-15 07:00:42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1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지고 있다. 소수 다국적 기업이 장악해 온 완성차 시장에 개성을 갖춘 중소 브랜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힘의 주도권이 완성차 브랜드에서 배터리 제조사로 넘어가자 배터리 파트너를 갖추고 과감히 도전장을 내미는 업체들이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늘어난 브랜드 수만큼이나 다양한 외관의 차들이 이목을 잡는다. 국내에서는 특히 트럭 시장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승용차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중소기업들의 진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개 중소기업이 이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차별화 요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단종된 다마스·라보를 대체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창모터스, 디피코, 마스타자동차 등 대다수 업체가 이 교체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양한 신규 브랜드가 경쟁하는 전기트럭 주 무대가 초소형 시장에서 형성된 데는 제인모터스의 실패 사례도 주효했다. 코스피 상장 디아이씨그룹 계열사인 제인모터스는 1톤 전기트럭 칼마토EV 사업에 수백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진출 4년만인 작년 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채 사업을 정리했다.

그룹 오너인 김성문 회장이 직접 총대를 메고 개발, 대구시 지자체가 가세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30대가 채 팔리지 않았다. 제인모터스는 이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서 개발해 놓은 운반차 '테리안'을 후속 모델로 내세워 판매하면서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재정비 중이다.

칼마토EV 출시 직후 현대·기아차가 같은급 전기트럭을 선보인 것이 주된 실패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이 사례에서 되새겨야 할 교훈은 따로 있다. 영업전 보다 결국 '기술력' 싸움이라는 점이다. 칼마토EV의 경우 국내 최초 1톤 전기트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실상 비용 부담 없이 방송 중개 등으로 전국 단위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실제 문제가 된 건 짧은 항속거리였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상온과 저온에서 각 85km, 81km에 불과했다. 80여km마다 수시간씩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기트럭을 구매할 실수요자는 없었다.

비슷한 애로사항이 최근 초소형 트럭 업계에서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기술 결함 등으로 비춰지는 문제에도 애프터 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다는 호소다. 중소 화물차 업계는 보조금이 부활하는 내년 판매를 기약하며 현재 사전 구매 접수를 활발히 받고 있다. 판매 확대를 통해 자산을 비축하고 라인업 확충으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앞서와 같은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 제품을 다시 찾을리는 만무하다. 중장기적으론 보조금이 없을 때도 대비해야 하고 그 근간은 기술력에 기반한 신뢰가 돼야 한다. 단조롭던 완성차 시장에 새로운 색깔들을 더하고 있는 중소 제조사들이 앞선 경쟁사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장수해 나갈 수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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