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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운용 재도약의 조건]공룡펀드의 ‘자승자박’…장기부진 독됐나③단일펀드 4조 육박, 수익률 하락 ‘악순환’

이민호 기자공개 2022-06-28 08:08:28

[편집자주]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시장에 각인됐던 신영자산운용이 최근 수년간 존재감을 잃고 있다. 지난해 주식형펀드 설정액 급감과 연기금 일임자금 대거 이탈은 ‘가치투자 본가’라는 위상이 무색할 만큼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수수료 수익은 전성기를 구가했던 2017년이후 불과 4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전환점 마련이 절실해졌다. 운용업계는 단순히 가치주 쇠퇴라는 시장환경 변화 외에도 신영자산운용의 구조적인 한계를 장기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더벨은 신영자산운용의 현재 상황과 재도약을 위한 해결과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7일 06: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자산운용 펀드 수익률이 장기간 침체한 한 가지 원인은 단일펀드를 공룡펀드로 키운 데 따른 자승자박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한정된 종목에 대해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펀드의 매도 행위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상품들은 최근 수년간 수익률 부진을 겪고 있다. 2010년대 중반 가치주 장세에서 공모펀드 수익률 상위를 석권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반전된 것이다. theWM에 따르면 23일 대표클래스 기준 배당주 상품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의 최근 5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2.72%로 동일유형(배당주식) 내 상위 87.56%에 불과했다.

또다른 시그니처 가치주 상품 ‘신영마라톤[자]’의 최근 5년 수익률은 -1.25%다. 동일유형(일반주식) 내 상위 78.39%에 머물렀다. 두 펀드 모두 올해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금리 인상 기조로 국내외 증시가 크게 부진하자 가치주·배당주가 주목받으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장기 성과로 보면 꾸준히 부진했던 최근 수년간 수익률을 단기간 회복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부진한 성과가 지속되면서 펀드 운용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수익률이 소폭 회복되는 구간에서도 수익자들의 환매가 이어졌다. 2017년말 3조원에 이르렀던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 순자산은 1조원 문턱까지 감소했다. 이 기간 ‘신영마라톤[자]’ 순자산도 9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신영자산운용의 펀드가 장기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주요 이유로 가치주 장세가 종료된 시장환경 변화에 더해 급격한 운용규모 증가에 따른 운용 유연성 저하를 꼽고 있다. 2014년말 신영자산운용의 전체 펀드순자산은 9조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 이후 가치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불과 2년 만에 5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신영밸류고배당’은 당시 순자산이 4조원을 넘볼 만큼 메가펀드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가치주 장세에 힘입어 단기간 덩치가 불어난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펀드는 철저한 보텀업(Bottom-up) 리서치에 기반을 두고 고배당주와 실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가치주 투자를 병행한다.

다만 이런 기준에 따라 선정한 종목풀(pool)은 제한될 수 있다. 운용업계는 국내증시 뎁스(Depth)가 얕은 것이 한정된 종목풀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공모펀드는 분산투자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분산투자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워낙 대규모의 자금이 투자되다보니 지분율이 5%가 넘어가는 편입종목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펀드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다보니 보유주식을 유연하게 매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펀드가 지분을 매각하는 행위 자체가 수급 측면에서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룡펀드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이런 현상은 대세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세 하락장에서 매수 수급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매도가 어려워 펀드 수익률에 타격을 입힌다. 펀드 수익률 하락에 따라 환매가 몰릴 경우에도 보유종목 주식을 불가피하게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펀드에 남은 투자자들의 수익률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펀드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소프트클로징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신영자산운용은 당시 별도의 소프트클로징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반면 신영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이라도 특정 펀드 내 포트폴리오 비중은 1~2%로 분산투자하면서 ‘공룡펀드의 저주’를 비교적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도 신영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이브존I&C, 테크윙, 화천기공, 한솔제지 등 종목에 대해서는 이번달 23일 기준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에서의 지난달 2일 기준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18.88%)를 제외하면 현대차2우B(3.42%), KT&G(3.39%), SK(2.25%), KB금융(2.07) 등 대부분 비중 상위 종목도 3%를 넘어가지 않는다. 펀드 내 1%대 비중인 한전KPS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2020년 지분율이 한때 5% 이상으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5% 미만으로 유지 중이다.

다만 ‘신영밸류고배당’과 ‘신영마라톤’을 포함한 다수 펀드를 주식 매입에 동원한 결과 신영자산운용의 합산 지분율이 10%를 넘어가는 종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만큼 가치주 장세 종료에 따라 하우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가치주 스타일에 따르면 저평가된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는 게 맞지만 펀드 순자산이 4조원에 육박하면서 포트폴리오 편입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높아졌던 만큼 가치주 장세가 종료되면서 보유자산을 내다팔 때 수익률 관리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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