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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경제학]활용 카드없는 현대重 정기선 사장의 해법은⑨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높아진 지분율...고육지책으로 지분 희석 가능성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08 07:40:52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6일 08:2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정기선 사장은 지난해 10월 사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히 정 사장의 경영 참여는 오너경영 체제로의 복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몇 년 사이 빠르게 경영 보폭을 키우고는 있지만 지분 승계는 갈길이 멀다. 특히 다른 주요 그룹의 후계자와 달리 마땅한 개인회사가 없어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배당과 보수뿐인데 아무리 끌어모아도 연간 1000억원 가까운 세금을 내기에는 부담이 크다.

◇갈길 먼 지분 승계, 시간은 많고 돈은 없다

정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물려받아야 하는 주식은 모두 2101만1330주로 지분율은 26.6%다. 정 사장의 지분율은 5.26% 수준이다.

정 이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시장가치는 5일 종가 기준 1조2944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를 물려받으려면 최고 세율 60%를 적용했을 때 세금만 7766억원가량을 내야한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구 회장은 물론 다른 그룹 후계자들과 달리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어 자금줄로 활용할 만한 곳이 없다. HD현대 지분을 제외하면 한국조선해양 주식 544주, 현대일렉트릭 주식 156주, 현대건설기계 주식 152주를 들고 있을 뿐이다.

결국 배당과 보수, 대출만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보수 역시 지난해까지는 5억원 넘게 받은 적이 없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올해는 대표이사 수당이 더해져서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연간 1000억원을 마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은 못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분 승계를 최대한 늦추거나 지배구조 개편이나 공익법인(재단)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이다. 정 사장은 1982년생으로 우리나이로 41세다. 아직 지분을 물려받는 게 급하지는 않다. 다른 형제들이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다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 사장이 그룹을 물려받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급하게 지분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


◇주목받는 아산재단, 재단 활용 카드?

최근 아산재단의 HD현대 지분 매입이 눈길을 모으는 것도 승계와의 관련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산재단은 올들어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HD현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HD현대 지분율은 1.92%였는데 올 상반기 말 2.89%로 높아졌다.

크게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아산재단의 지분 매입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산재단은 앞서 2월 올해 안에 HD현대 지분을 3.95%까지 확대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단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과거와 달리 대부분 막혀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 공익법인(재단)의 주식 취득 및 보유를 제한하고 있다. 재단이 발행주식 총수의 5%, 10%, 20%를 초과 취득하는 경우 각각 그 초과액을 증여세로 과세한다.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 재단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승계와 연관 짓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배당이 없는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팔고 배당을 많이 주는 HD현대 지분을 사는 이른바 '갈아타는' 과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했거나 상장 계열사의 안건 가운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이 있는 사안에는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 한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안건은 임원 임면, 정관 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등이다. 이밖에도 추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곳으로 지분을 넘기는 등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지분율 희석 '고육지책' 가능성도

현재 정 사장의 최대 자금줄은 HD현대에서 나오는 배당금이다. 정 사장은 HD현대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은 2018년 HD현재 출범과 동시에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3대주주에 올라섰다. 이후 HD현대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지분율이 다소 높아져 현재의 지분율이 완성됐다.

HD현대는 2018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모두 1조1947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5%에 해당하는 600억원 정도가 정 사장에게 배당됐다. HD현대는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에 투입하는 수준의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4년 평균 배당성향이 91.2%에 이른다.

현재 HD현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HD현대의 배당여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최근까지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을 준비했다. 다른 비상장 자회사들 가운데 현대로보틱스와 현대글로벌서비스도 프리 IPO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상장은 시기의 문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배당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고육지책으로 지분율 희석을 감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과거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이 10.15%에 그쳤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큰 폭으로 높아져 현재는 26.6%에 이른다. 정 사장의 지분율을 더하면 32% 수준이고 아산재단 등의 지분을 더하면 35%까지 높아진다.

지분율이 10%대였을 때와 달리 이제 어느 정도 지분을 처분해 세금을 마련한다해도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보통 30% 이상이면 안정적 지분율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HD현대)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4개 회사로 쪼갰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3.4%에서 27.8%로 뛰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HD현대의 신주와 현대중공업의 자사주를 맞바꿨다. 같은 원리로 정몽준 이사장의 지주사 지분율도 10.15%에서 25.8%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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