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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14년 만에 한화그룹에 넘어간 '공'인수조건 유리하게 가져온 듯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27 14:34:3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6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과 KDB산업은행은 14년 전인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한화그룹은 산은 측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여러 경쟁자를 뚫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정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처지였다.

14년 만에 양쪽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에는 한화그룹이 인수조건 등에서 한층 유리한 입장에 섰다는 관측이다. 이번 거래는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꼭 찾아야 하는 산은 측이 원매자를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신속한 매각이라는 원칙을 세워두고 대기업 위주로 인수후보를 물색해왔다. 애초부터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만큼 한화그룹은 꾸준히 인수후보로 오르내렸다. 한화그룹 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한 뒤 인수조건 등에서 한화그룹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뜻 역시 전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속한 매각을 위해 한화그룹에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인수는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을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산은이 보유한 지분을 완전히 넘기지 않고 주요 주주로 참여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과정에 끝까지 참여하게 된다. 최종 지분율은 한화그룹이 49.3%, 산은이 28.2%다. 한화그룹의 부담을 덜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도 함께 넘길 것을 제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 KAI를 인수할 경우, 육해공 방위산업을 모두 영위할 수 있다. KAI의 최대 주주는 역시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이다.

한화그룹은 과거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는 조선업황이 한참 정점을 찍었던 시기다. 대우조선해양의 몸값 역시 6조3000억원으로 지금 봐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높았다. 당시 조선업이 최고 호황기를 지나던 시기였다.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하기 직전인 2007년 대우조선해양 매출은 7조8442억원, 영업이익은 2612억원이었다. 2008년 매출은 12조2207억원, 영압이익은 9753억원에 이르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화그룹을 제외하고도 포스코그룹, GS그룹, 두산그룹 등이 관심을 보였던 데서도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당시 공기업 등을 제외한 재계 순위는 포스코그룹이 6위, GS그룹이 7위, 한화그룹이 12위, 두산그룹이 13위였다.

특히 재계 상위권 도약을 노리던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매우 탐나는 매물이었다. 실제 한화그룹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제일화재보험 등 2건의 M&A를 그룹의 명운을 가를 승부수로 판단하고 계열사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로 기업 실사를 하지 못했고 이 상황에서도 산은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한화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인수대금 분할 납부 등도 요청했으나 이마저 거절하면서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당시 산업은행은 단호했다. 계약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대금 일부를 현물로 받아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거기까지가 산은이 수용할 수 있는 전부였다. 분할 납부 등 결제조건 변경 요구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가격에 대해서도 업무협약(MOU)대로 애초 합의한 가격의 3% 선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산은 역시 할 말은 있다. 산은은 당시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원칙을 강조했다. 6조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써내더라도 인수금액을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으면 매력적인 인수가격도 의미 없는 숫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특혜논란 역시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산은은 이번에도 한화그룹과의 MOU 체결 이후에는 경쟁입찰에 들어간다. 역시 특혜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매각 무산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14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극심한 조선업 침체를 겪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숨겨졌던 부실이 모두 드러났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곳이 마땅치 않다. 산업은행 역시 폭넓게 후보군을 두고 검토했으나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추가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과거 후보군들이 이미 조선업에 관심을 접어 인수를 제안할 곳조차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열악한 재무구조는 인수후보가 나서지 않는 큰 요소 중 하나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사이 대우조선 재무구조는 갈수록 안 좋아져 올 상반기 말 부채비율 676%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 379%과 비교해 297%포인트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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