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7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바이오 업계에서 체결된 M&A 계약 금액은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아직 진행 중인 거래도 있어 최종 금액이 변동될 수 있지만 역대 최대 규모다.물론 상장사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M&A가 바이오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창구로 기능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 경영진이 주식가치 개선을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면 박수 받을 일은 분명하다.
M&A를 발판 삼아 바이오산업의 보다 빠른 성장이 기대되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창업주나 최대주주의 '공로상' 정도로 다뤄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올해 정성재 클래시스 전 대표, 나노엔텍의 전 최대주주 SK스퀘어, 양윤선 메디포스트 전 대표,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 등은 시가 대비 평균 78% 할증된 가격에 구주를 처분하고 경영권을 새로운 주주에게 매각했다.
기존 경영진들이 회사의 유무형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 기여한 노고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구주 매각가를 어떤 방식으로 산출했는지 설명한 곳은 전무했다. 기술기업인만큼 최대주주와 대표이사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지만 이들은 주주들에게 회사를 매각하고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
국내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 시장에는 상장사가 M&A를 하려면 의무공개매수,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있다. 국내에는 관련 제도의 한계로 대주주가 자본이익을 얻는 동안 소액주주에게는 프리미엄을 누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은 M&A를 통해 기존 경영자만 웃돈을 챙기는 것을 두고 노고에 대한 보상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 에스디바이오센서나 LG화학이 나스닥 상장사 인수를 위해 거래 상대방 주식 100%를 매수하는 것과는 확실히 대조된다. 이들 두 회사는 M&A 결정 이후 IR을 통해 피인수 기업의 매입가격을 결정한 방법도 자세히 설명했다.
LG화학에 인수합병될 미국 바이오텍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의 마이클 베일리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들에게 전액 현금 프리미엄을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아베오의 이사회 의장 케네스 베이트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이사회가 철저히 검토했다"라는 말로 M&A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M&A 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에 정체가 불분명한 '회사 관계자'의 입을 빌려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고 남기는 말과 비교하면 깊이와 울림은 차원이 다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note]제약바이오는 다이어트 중
- "35년 영업맨, 상장 후 글로벌 시장 노린다"
- [thebell desk]'부동산 PF' 누가 떠안을 것인가
- [thebell note]벤처캐피탈리스트와 숫자
- [thebell note]대신증권 ‘종투사 전환’에 거는 기대
- [CFO 워치]하나증권 신임 김정기 본부장, 최대 과제 '실적 턴어라운드'
- [thebell note]'월클' LG전자, 너 자신을 알라
- 하이브 '집안싸움'이 가리키는 것
- "포스코와 철강·2차전지 자동화 로봇사업 확대"
- [2024 캐피탈마켓 포럼]"유상증자 통한 자금 조달 본격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