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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IPO 명암]성장성 vs 거품...더 복잡해진 밸류에이션 '고차방정식'②EV/EBITDA 또는 PER 배수 활용, 공모 결과는 '천차만별'

안준호 기자공개 2023-03-15 13:45:42

[편집자주]

2차전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표적인 흥행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배터리 생산 기업은 물론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한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주목도가 높아지며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차전지 IPO의 명과 암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3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기업들의 상장이 늘어나며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평가방식은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와 다르지 않지만, 성장산업의 잠재력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도 이를 위해 업종 특성을 고려한 밸류에이션 방식을 차용했다.

호시절에는 이같은 방식이 어렵지 않게 통했다. 일부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2019년 이후 2차전지 기업의 IPO는 대부분 성공했다. 다만 공모주 침체기사 시작된 현재는 몸값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일정을 연기하거나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2차전지 성장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기업의 잠재력을 부각해야 공모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4대 소재 기업은 EV/EBITDA, 부품·장비사는 PER 활용

2차전지는 국내 증시에서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테마다. LG화학이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것은 1999년. 주요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은 2010년 전후로 기지개를 켰다. 소재와 부품 등 밸류체인 형성 역시 이후 이뤄졌다. 본격적인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증시 데뷔는 그보다도 늦어졌다.

2019년 이후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는 26개의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상장했다. 이들 기업이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활용한 평가방식은 주가순이익비율(PER),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다. 일반적인 PER 배수를 이용한 곳이 20개사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EV/EBITDA 배수를 활용한 기업은 7개사다. 주된 공통점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했거나 앞둔 기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를 만드는 셀 메이커(LG에너지솔루션), 4대 핵심 소재 생산 기업(에코프로비엠, 엔켐, SK아이이테크놀로지, WCP)는 대부분 EV/EBITDA를 활용했다.

나머지 2개사는 성일하이텍과 제이오다. 두 회사 역시 마찬가지로 설비투자가 필요한 곳들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앞세운 성일하이텍은 상장 전후로 캐파(capa, 생산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9년 695억원이던 유형자산이 상장 직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제이오 역시 상정 전 생산 규모를 연간 1000톤 수준까지 확충했다.

EV/EBITDA 배수는 설비투자 규모와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기업을 평가할 때 사용된다. 영업이익(EBIT)에 유무형 감가상각비(Depreciation & Amortization)를 더해 EBITDA를 구한 뒤, 이를 비교기업의 주가에 반영해 배수를 산출한다. 감가상각비를 배제하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창출 능력을 잣대로 삼는 지표다.

PER을 활용한 나머지 회사들은 부품과 장비를 생산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대부분 2차전지 시장의 개화와 함께 새롭게 사업 방향을 설정한 곳들이다. 기존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생산에 필요한 투자 장벽이 높지 않은 탓에 대부분 이익이 나는 경우가 많다. 평가방식도 PER 배수를 활용했다.

IB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산업은 설비투자의 중요성이 높은 만큼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도 EV/EBITDA 배수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최근 상장을 앞둔 2차전지 기업들은 이익이 나고 있거나 곧 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 많은데, 산업 특성과 기업가치 산출의 유리함을 고려해 EV/EBITDA 배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정 실적 끌어오는 사례 증가…기업별로 평가 달라

보다 이례적인 사례들도 존재한다. 2차전지라는 새로운 시장의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피어 그룹(peer group)을 다양화하거나 추정 실적을 이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2019년 상장한 전해질 생산 기업 천보는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비교 기업을 무려 16개사로 제시했다.

천보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상장의 주된 동력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사업 가운데 비중이 15% 이하에 그쳤다. 이에 당시 주관사인 하나투자증권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소재 기업을 모두 피어 그룹에 포함시켰다. 다만 실제 밸류에이션 산출 과정에서는 16개 중 2차전지와 관련된 2개 기업만을 반영했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방식이지만 공모는 성공했다. 하나투자증권은 당시 기업설명회(IR)에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밸류에이션의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승부수'가 통하면서 천보는 수요예측에서 891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공모가도 밴드 내에서 확정하며 시장 친화적인 시그널을 던졌다.

최근에는 추정 순이익이나 EBITDA를 반영해 성장성을 부각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공모 기업들과 2차전지 업종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몸값'을 맞추기 위해 추정 실적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엔켐, 원준, 이지트로닉스 등이다. 엔켐, 원준은 특례상장 기업은 아니었지만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추정 EBITDA와 순이익을 활용했다.

공모주 시장이 달아올랐던 2021~2022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방식이 먹혔다. 다만 성일하이텍을 마지막으로 추정 실적에 기반한 2차전지 기업의 공모 성과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상장한 WCP가 대표적인 사례다.

WCP는 밸류에이션 과정에 3년(2022~2024년)의 추정 EBITDA를 반영해 EV/EBITDA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배수가 42.69배에 달해 고평가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도 각각 33대 1, 7.3대 1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현재 주가는 4만원 초반 수준으로 공모가(6만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추정 실적을 활용하더라도 기업의 성장성과 IR 과정에서의 노력에 따라 차별화된 성과가 나온다. 최근 상장한 나노팀의 경우 2023년 추정 순이익을 반영했다. 비교기업을 통해 산출한 PER 배수는 29.36배로, 2022년 상장한 성일하이텍(31.6배) 이후 2차전지 기업 중 가장 높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같은 밸류에이션을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노팀은 기존 방열소재는 물론 신제품인 열폭주 차단패드 성능이 IR 과정에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받았다"며 "추정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감이 있었지만, 타사보다 월등한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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