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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Radar]제4이통사 유치 대신 MVNE로 정책 선회하나정부 러브콜에도 반응 없어…중견기업 대형화 전망, 이통 3사 자회사는 소외

이장준 기자공개 2023-03-16 12:40:01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제4 이동통신사를 유치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이에 대안으로 '이통망 재임대 사업자(MVNE, Mobile Virtual Network Enabler)'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정부로서는 알뜰폰 사업자 대형화를 통해 통신 3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진흥책의 수혜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 자회사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서는 점유율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에 제약이 생기면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알뜰폰 사업자 대형화' 언급한 정부…MVNE 키울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윤규 제2차관을 비롯해 주요 알뜰폰 사업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논의를 진행했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개별 알뜰폰 사업자들이 개인정보 보호 등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질 필요가 있다"며 "인수합병(M&A) 활성화나 데이터 대량 사전 구매 할인제도 보완 등 정책적인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 대형화 정책 가능성을 정부가 거론한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해온 제4 이통사 유치의 대안으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5G 28기가헤르츠(㎓) 대역 기지국 설치 의무를 소홀히 한 KT와 LG유플러스에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리고 지난 1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망 구축 비용 완화 등 유인책을 제시했다.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고 통신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 중심의 과점을 해소하고자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러브콜에도 반응은 냉담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시장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 기업들은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권, 외국 기업에도 문을 열어 제4 이통사를 유치하려 하지만 자칫 '금산분리'의 벽을 허물 수도 있고 통신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고려할 점이 많다.

이에 통신비 인하 '메기' 역할을 해온 알뜰폰 사업자를 키우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 이통사 유치를 밀어붙이고는 있는데 실효성이 없기도 하고 금융권 등에 문을 열어주려면 법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제4 이통사를 드라이브하기보다는 알뜰폰 사업자를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밀어주는 형태로 방향을 튼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통망 재임대 사업자(MVNE, Mobile Virtual Network Enabler) 카드를 꺼낼 수 있다. MVNE는 모바일 가상 네트워크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 및 프로비저닝, 관리 및 업무 지원 시스템(BSS)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자체 전산설비를 구축하고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대량으로 망을 빌려와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되파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종의 중간 도매상인 셈이다. 현재는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법적으로 알뜰폰 사업자에 망을 의무 제공하고 있다.

*출처=MVNO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연구(2006), KoreaScience

MVNE 제도를 도입하면 이들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요금제도 설계할 수 있어 이통사가 아닌 알뜰폰 사업자의 재량이 더 커진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알뜰폰 사업자는 대형화할 수도 있다. 정부가 알뜰폰 시장 M&A 활성화를 언급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MVNE 사업자도 함께 두고 있다. 세종텔레콤 등 일부 중견기업에서 MVNE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MVNE 사업자는 제4 이통사만큼은 아니지만 전산망 등 이에 준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면 통신 시장 경쟁이 보다 활성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별받는 이통 3사 자회사…중견기업 지원 커지나

정부가 모든 사업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통신 3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큰 만큼 이들 산하에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이 성장하지는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박 차관은 간담회에서 "통신사 자회사의 점유율 문제에 대해서도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의 과점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국회와 정부에서 지난 몇 년간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현재는 이들의 시장점유율(M/S) 합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 위반 시 제재 방안을 정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고 사물지능통신 서비스 회선(M2M)을 포함해 M/S를 따지는지 등 기준도 모호해 이해관계자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이다. 이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알뜰폰 사업자 대형화를 추진하되 통신 3사 계열의 성장은 막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M&A를 활성화해도 이통 3사는 점유율 규제에 묶여 가입자 확보를 위한 인수가 어렵다"며 "대신 중견기업이 규모를 키워 사업을 해보라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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