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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포스코퓨처엠, 1.3조 유증 자금 '얼마나 남았나'②유증 후 매입한 CP·회사채 중 지난해 7000억 처분, 5600억 남아...자금 추가 확보 '시동'

양도웅 기자공개 2023-05-19 07:39:37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11: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쓰는 돈에 '꼬리표'는 없다. 조달한 자금을 조달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감별하는 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현금흐름을 추적하면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년여 전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절반 이상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 집행은 유증 대금이 유입된 2021년이 아닌 2022년에 대부분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2021년에는 유증 대금 대부분을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했다. 이 투자는 쏠쏠한 이자수익을 안겼다.

유증 대금의 절반 이상을 소진한 상황에서 올들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40조원,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향후 대규모 설비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2년 전 1.3조 유증 대금, 고스란히 CP·회사채 투자

2021년 1월 포스코퓨처엠은 설비투자금과 지분투자금,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유증으로 1조2668억원을 조달했다. 단 이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고려하면 단기가 아닌 적어도 1년 이후의 중장기 투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유증이었던 셈이다.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은 기업이 단기 매매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보유하는 금융자산을 말한다. 이를 가치(값)를 매기는 방식에 따라 수준1과 수준2, 수준3 등으로 나눈다. 대표적으로 수준1은 상장 주식, 수준2는 기업어음과 회사채, 수준3은 비상장 주식이다.

(참고=포스코퓨처엠 사업보고서)
(출처=포스코퓨처엠 사업보고서)

포스코퓨처엠은 이 가운데 수준2에 해당하는 기업어음과 회사채 매입에 유증 대금의 80%가 넘는 1조808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증 전인 2020년 12월 말 1844억원 규모였던 회사의 보유 기업어음과 회사채는 유증 후인 2021년 12월 말 1조2621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유증으로 여유자금이 생기자 금융상품 투자에 나선 것이다.

2021년은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이다. 8월과 11월 각각 0.75%, 1.00%로 기준금리가 올랐으나 저금리 상태였다. 그런데도 1조원 가량 현금을 기업어음과 회사채에 투자한 덕분에 이 해에 포스코퓨처엠은 금융상품 이자수익을 포함한 금융수익으로 50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다시 CP·회사채 팔아 설비·지분투자금 7000억 확보

1조원 가량의 유증 대금을 곧바로 공장 신·증설과 타기업 지분 매입 등에 쓰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포스코퓨처엠이 이 자금을 본격적으로 설비와 지분투자에 활용한 시점은 지난해로 풀이된다.

2022년 한 해 동안 포스코퓨처엠이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사고팔아 확보한 현금은 7051억원이다. 이 해에 유형자산(토지와 공장, 기계 등) 취득과 관계기업 지분 매입에 투입한 현금은 각각 6591억원, 1461억원으로 총 8052억원이다. 부족한 1000억원은 금융기관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으로 확보해놓은 자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설비투자와 지분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년 전 유증 대금으로 매입한 기업어음과 회사채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유증 대금 1조2668억원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남은 유증 대금은 56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주목되는 점은 이 자금으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올해 새롭게 맺은 총 70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이행하고 포항에 양극재와 전구체, 음극재 공장 건설을 지을 수 있느냐다. 더욱이 지난달 말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회사 측은 "캐파(생산능력) 상향도 있을 것"이라며 추가 설비투자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올해 2월과 4월 ESG채권의 일종인 녹색채권(그린본드)을 연이어 발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사용하고 남은 유증 대금으로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예상보다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고 동시에 포스코퓨처엠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투자금 조달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이러한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캐파 향상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때 조달 전략도 일부 공개할 것으로 짐작된다.

◇근데 CP·회사채 투자는 성공했을까

유증 대금 소진율 등과 별개로 포스코퓨처엠의 기업어음과 회사채 투자는 성공했을까.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금융상품을 보유하면 이자수익과 평가이익, 추후 매각 시 매매 차익(처분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1조원 넘는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보유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 지표를 살펴보면 적어도 실패한 투자라고 보긴 어렵다.


2021년 금융상품 이자수익은 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5배 늘었다. 2022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융상품 이자수익을 올렸다. 단 이 해에는 보유한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2억원에 가까운 매매 차익을 추가로 거뒀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은 임차료로 연간 45억원을 사용했다. 이보다 4배 가까운 자금을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보유한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만으로 확보한 셈이다. 아울러 금융상품 이자수익을 비롯한 금융자산 전체 수익은 지난해 1213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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