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지금]현대엘리베이터, 10년 넘게 이어진 '오티스' 사랑 끝났다③첫 내부 출신 대표 선임, 해외사업 확대 과제
조은아 기자공개 2023-05-25 10:27:58
[편집자주]
'현대'라는 이름이 현대사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현대차그룹, HD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현대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의 역사는 이름이 주는 영광과 달리 고난의 연속이었다. 최근 현대그룹은 10년에 걸친 쉰들러와의 소송을 마무리했다. 패소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전액 납부하면서 소송 리스크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실질적 지주사로 둔 지배구조에도 변함이 없다. 더벨이 현대그룹의 '지금'과 회사가 당면한 과제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09: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회장 체제가 시작된 2003년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를 거친 인물은 모두 6명이다. 초반엔 가신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대표를 맡았고 이후 현대건설 출신이 대표 자리를 물려받았다.2011년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무려 10년 넘게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출신 인물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오티스는 글로벌 1위 엘리베이터 회사로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에서도 1위를 차지하던 곳이다. 후발주자 그리고 유독 해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종의 '콤플렉스'가 대표 선임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표에 오른 조재천 대표(사진)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초의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시장 지위와 더불어 높아진 자신감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첫 내부 출신 대표, 해외 사업 확대 과제
조 대표는 1964년생으로 연세대 졸업 후 현대엘리베이터에 입사해 줄곧 몸담았다. 그는 승강기 영업부문에서 근무하며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1위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영업통으로 꼽힌다.
영업통 선임의 의미는 명확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엘리베이터 신규 수주의 선행지표인 건축 허가·착공 동 수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역시 신규 수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정된 수요를 놓고 기존 엘리베이터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예전부터 국내만 못한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국내에선 글로벌 상위권 엘리베이터 회사들을 제치고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에선 유독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출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실제 2013년 수출 비중은 15%였는데 10년 동안 수출 비중은 5%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조 대표는 지난해 7월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 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2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5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의 속도와 비교하면 조 대표가 제시한 목표가 매우 공격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현지 법인이 설립된 해외 시장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고 해당 국가를 거점으로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오티스' 사랑 끝났다
역대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들을 살펴보면 오티스엘리베이터 출신이 유독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1~2016년 한상호 전 대표, 2016~2019년 장병우 전 대표, 2019~2022년 송승봉 전 대표 등 3명이 연속으로 대표를 지냈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2006년까지만 해도 국내 1위였지만 창원 공장을 철수하고 중국 생산체계로 전환한 뒤 하락세를 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시 국내 수요를 흡수하며 빠르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오티스엘리베이터로부터 배울 게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1999년 LG산전(현 LS산전)의 엘리베이터사업부가 분리돼 만들어진 곳이다. 외환위기 때 글로벌 1위 오티스엘리베이터가 해당 사업부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한동안 LG오티스엘리베이터라는 합작법인으로 운영됐다. 이후 2005년 LG 측 지분을 오티스 측에서 마저 인수하면서 이름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로 바꿨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독 외부 출신을 선호한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한창일 땐 대부분 계열사의 대표가 외부 출신으로 채워진 적도 있었을 정도다.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로 내부 출신을 선임한 건 그만큼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역대 대표 모두 임기 만료로 퇴임...실적 안정성 덕분
그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들이 대부분 상당히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사업 안정성이 높은 만큼 한 번 대표를 맡은 인물들이 대부분 임기를 채웠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고정 수요가 탄탄한 덕분에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재에도 매년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왔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을 본 걸 제외하면 1996년 코스피 상장 이후 영업손실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수주 이후 설치가 완료되기까지 1~2년이 걸리는 등 호흡이 긴 사업이라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주 산업이기 때문에 외부에 보여지는 내부 조직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어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현 회장과 직접 호흡을 맞추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는 현정은 회장과 조재천 대표 단 2명뿐이다. 현대엘리베이터에서 현 회장만큼 오랜 기간 사내이사로 재직한 인물은 없다. 그만큼 현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자리가 쉽지만은 않은 자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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