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끼워팔기'로 음원 유통 생태계 잠식한 유튜브 뮤직④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포함, 인앱결제 수수료 없어 가격경쟁 우위…진흥책·제재 부재
이장준 기자공개 2023-05-30 11:10:41
[편집자주]
글로벌 빅테크는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규제를 회피하고 불공정행위를 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다. 은밀한 여론전을 통해 입법을 저지하기도 해 국내 테크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빅테크가 국내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과 토종 테크사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10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활용해 국내 음원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광고 없이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에 음원을 사실상 덤으로 제공하면서다.여기에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인상하며 국내 음원 유통 사업자들은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이를 낼 필요가 없는 유튜브 뮤직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으로는 웬만한 국내 음원 유통 플랫폼을 넘어선 배경이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개정하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일시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됐으나 미봉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멤버십에 포함된 유튜브 프리미엄 '끼워팔기'…공정위 규제도 쉽지 않아
구글은 앞서 2015년 10월 유료 멤버십 '유튜브 레드(Red)' 서비스를 발표했다. 광고를 제거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동영상 재생 전과 중간에 나오는 광고는 물론 타사 배너 광고, 검색 광고도 게재되지 않는다. 2018년 개편과 함께 '유튜브 프리미엄(Premium)'으로 이름을 바꿨다.
특히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유튜브 뮤직(YouTube Music) 프리미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과 노래를 광고 없이 감상하거나 오프라인 저장도 가능하다. 오디오 모드를 설정해 동영상 로드 없이 음악만 들을 수도 있다.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은 월 1만450원(VAT 포함)이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 이를 지불할 수요는 충분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인 5163만명 가운데 유튜브 사용자 수는 4183만명으로 81%에 달한다.
월간 총 사용 시간 역시 13억8000만시간에 달한다. 인스타그램(1억7000만시간), 넷플릭스(1억시간), 페이스북(9000만시간) 등 주요 앱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유튜브 뮤직을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끼워팔기'를 하면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커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로서는 유튜브 뮤직을 덤으로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내 음원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 정책 시행으로 앱 개발사들이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작년 6월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 지니뮤직, 드림어스컴퍼니(플로), 네이버(바이브) 등 사업자는 이용권 결제 가격을 5~15% 정도 올렸다. 반면 유튜브 뮤직은 구글이 운영하는 만큼 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나마 올 2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에 유튜브뮤직을 끼워팔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구글코리아 본사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1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시행하며 끼워팔기를 경쟁제한 행위로 제시한 바 있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손쉽게 연관 시장까지 독점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는 구매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규제하기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지 않고 유튜브 뮤직만 따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뮤직 빼곤 사용자 지표 역성장…시장 망가지기 전 지원책 필요
음원 유통 시장에서는 산정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기에 공신력 있는 이용자 지표가 따로 없다. 다만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미디어 플랫폼 앱(멜론·유튜브 뮤직·삼성뮤직·지니뮤직·플로) 가운데 지난 1년 새 유튜브 뮤직을 제외한 모든 앱은 사용자 수가 쪼그라들었다.
여전히 멜론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튜브 뮤직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기준 유튜브 뮤직의 MAU는 551만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1% 늘어난 수준이다. 멜론(675만명)과 격차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완전히 시장이 망가지기 전에 정부가 개입해 국내 기업 진흥책을 펼쳐야 한다고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는데 그사이 시장은 잠식되고 국내 업체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빅테크 활동에 대한 제재도 없고 국내 기업들이 선전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부재해 각 기업의 경쟁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업황이 어려워지며 국내 음원 유통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는 추세다. 이에 공연, 오디오 콘텐츠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연결된 사업에서 이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악 저작권료 징수 규정 개정을 승인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불공정행위로 판단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할 때 기준이 되는 매출액을 산정할 때 인앱결제 의무화에 따른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국내 사업자 저작권료 부담을 줄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작년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서비스된 음원 사용료에만 한시적으로 소급 적용하기 때문에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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