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 공시·평가 중단 파장]사업 뿌리였던 '공시·신용도평가'…중단 결정한 이유는①신용평가 비용 두고 논란 끊이지 않아…가상자산 평가 법제화 없이 사업 지속 힘들어
노윤주 기자공개 2023-05-26 14:36:24
[편집자주]
가상자산 공시플랫폼 '쟁글' 운영사인 크로스앵글이 회사의 핵심인 공시와 가상자산 프로젝트 신용도평가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 상장 리베이트 논란의 중심에 선 영향으로 보인다. 쟁글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파장은 이미 일파만파로 커졌다. 국내에서 유일했던 공시플랫폼의 중단으로 가상자산 산업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쟁글의 새로운 사업 방향과 이를 활용했던 거래소들의 전략 변화 등 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공시·신용평가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이 중대 결정을 내렸다. 회사의 핵심 사업인 공시와 신용평가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쟁글이 가상자산의 거래소 상장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수취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쟁글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거듭 해명했지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서비스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다.출범 당시 쟁글이 표방했던 건 '다트+신용평가사' 모델이었다. 가상자산 발행사의 사업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쌓은 공신력을 바탕으로 신용평가를 진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기업 대상으로 비용을 수취하게 되면서 로비, 리베이트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쟁글은 공시와 신용평가 중단에 대해 "지난해부터 공시와 신용평가 비중을 낮추고 블록체인 리서치와 데이터 사업에 더욱 집중해 왔다"며 "사업개편을 진행하던 와중 논란이 발생해 전면 중단을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공시에 대한 법제도가 마련될 경우 법 테두리 안에서 다시 공시 사업을 진행할 여지는 남겨뒀다.
◇공시 서비스로 사업 시작…주식 시장 모방했으나 지속된 잡음
크로스앵글은 2018년 법인을 설립한 후 2019년부터 쟁글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당시 가상자산 약세장(크립토윈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 플랫폼으로서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전자공시시스템(다트)'가 되는 게 목표였다.

투자유치, 경영진 변동 등 가상자산 발행사의 주요 사업 내용과 가상자산 유통 계획 등을 투자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두 번째로 내놓은 서비스는 가상자산 신용도 평가다. 기존의 신용평가사의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 발행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평가를 의뢰하면 쟁글이 실사 등 여러 심사를 거쳐 신용평가 리포트를 작성하고 등급을 매기는 구조다.
논란은 쟁글이 비용을 받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과거 쟁글은 '리스팅 매니지먼트'라는 상품을 운영했다. 프로젝트가 거래소 상장심사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자료들을 검토해 주고 의견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당시에도 쟁글이 발행사로부터 대금을 받고 거래소에 상장 로비를 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쟁글 측은 "전통 주식시장에도 제3자가 상장 전 해당 서류를 검토하고 감사 의견을 제시하는 서비스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며 "가상자산 시장에 만연한 상장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고 쟁글이 상장 주관사와 같은 역할을 하려고 만든 서비스"라고 해명했다. 이후 쟁글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리베이트는 사실 무근…정상적 영업 활동에서 오해 불거져
쟁글이 급작스럽게 공시와 신용평가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배경에는 결정적으로 '리베이트' 논란이 있다. 거래소가 신용평가사로 쟁글을 특정하고, 쟁글은 발행사로부터 받은 대금 중 일부를 다시 거래소 상장관계자에게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쟁글은 이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쟁글은 그간 신용평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위탁영업'을 선택했다. 적게는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에 달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모두 연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 파트너사가 발행사에 쟁글 신용도평가 서비스를 추천하면 평가대금의 10% 정도를 지급했었다. 정상적인 영업행위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리베이트 논란이 불거져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이현우 쟁글 공동대표는 "전통 자본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기업 대상으로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신용평가가 필수가 아니다 보니 쟁글이 직접 코인 발행사를 대상으로 신용평가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모든 발행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면 인건비를 포함해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평가대상을 연결해 준 외부 파트너에게 소개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거래소에서 상장 심사 과정에서 쟁글의 보고서를 요구하는 건 국내서 가상자산 신용 평가를 하는 곳이 쟁글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도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신용평가를 하는 곳이 쟁글 뿐이라서 쟁글의 보고서를 참고용으로 받고 있었다"며 "평가사가 추가로 생기면서 다양한 외부 기관의 의견을 받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온체인 데이터에 사업 역량 집중…제도화 된다면 공시 서비스 재개 의사 있어
쟁글은 우선 신용평가와 공시를 중단하지만 향후 법이 마련된다면 서비스를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현우 대표는 "가상자산 평가 업체의 요건이 마련되고 이해상충 문제 등에 대한 규율이 생긴다면 이에 맞춰 사업을 재개할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확한 요건을 맞춰 적법한 사업을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영업을 하며 오해가 쌓이고 있었기에 공시 및 신용평가 중단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쟁글은 온체인 데이터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라이브워치'가 대표적이다. 발행사가 제출한 유통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탐지하는 기능이다. 리서치 조직을 중심으로 데이터 제공도 준비하고 있다. 쟁글은 지난해 리서치 조직을 크게 늘리면서 가상자산계 'FN가이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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