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량기업 리뷰]'3세 등판' 성광벤드, 숨 가쁜 증여 타임라인③지분 50% 처분 세액 재원 마련, 올해 경영수업 본격화
김소라 기자공개 2023-06-09 08:08:33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1632개 코스닥 상장사 중 473개사(28.9%)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86개사가 신규로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속관이음쇠 제조사 '성광벤드'가 3세 체제 전환에 대비한 준비에 착수했다. 안재일 대표가 올해로 20년째 경영 운전대를 잡고 있는 가운데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보유 지분의 40%를 아들에게 증여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증여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대거 처분한 탓에 지배력이 약화된 점은 부담이다.성광벤드 최대주주 측은 올 1분기 말 기준 35.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최대주주인 안재일 대표가 459만6315주(16.07%)를 들고 있다. 이어 부친인 안갑원 회장과 아들 안정규 씨가 각각 10.49%, 5.24%를 보유 중이다. 지배지분은 지난해 초 41.08% 대비 5.25%p 감소했다.
이같은 지분 변화는 3세 승계에 따른 것이다. 정규 씨가 안 대표로부터 물려받은 지분 300만주 중 절반인 150만주를 처분했기 때문이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해 4월 5일 정규 씨를 대상으로 해당 지분을 일시에 무상증여했다. 증여일 종가(8640원) 기준 총 259억2000만원 규모다. 이에 따라 정규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특수관계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증여세 납부 목적의 대규모 지분 처분이 이어졌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현금화한 것이다. 정규 씨는 지난해 증여분의 50%를 처분한 돈으로 세금 재원을 마련했다. 이를 최초 증여받은 당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30억원 규모다.
다만 실제 지분 처분을 통한 회수 금액은 금액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해 9월 성광벤드는 1주당 1만765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정규 씨 입장에선 지분 처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세액을 충족할 수 있는 호의적인 환경이 조성됐던 셈이다. 정규 씨는 이 기회를 살려 지난해 8~9월 집중적으로 지분을 매도했다. 당시 주당 처분가는 1만5000~1만7000원대였다.
증여세 완납은 오는 2027년경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규 씨는 지난해 7월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부산지방법원에 지분 80만주를 공탁했다. 과세 규모가 크다 보니 장기간 세금을 나눠내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보유한 성광벤드 지분을 법원에 담보로 맡겼다.
성광벤드 관계자는 "증여세가 증여 재산 가치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지난해 이미 증여분 전량을 처분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무리없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며 "따라서 증여세 관련 주식 물량이 더 이상 시장에 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3세 경영 수업도 이뤄지고 있다. 정규 씨는 지난 1월 성광벤드에 입사해 경영지원부에서 근무 중이다. 향후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위해 경영을 시작으로 제품 생산, 영업 파트를 두루 거칠 것으로 보인다. 정규 씨는 1994년생으로 올해 30세다. 앞서 아버지인 안재일 대표가 1985년 입사 후 2003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까지 약 17년이 소요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승계 작업 역시 장기에 걸쳐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사내엔 창업주인 안갑원 회장도 재직 중이다. 안 회장은 지난 1963년 성광벤드 모태인 성광공업사를 설립하고 50여년간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안재일 대표, 김재호 사외이사와 함께 3인 이사회 체제를 구축 중이다. 2003년 아들인 안재일 대표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준 뒤 회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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