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08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대학 선배가 이혼을 했다. 이혼 상대에 대한 불평을 한참 듣다 우문을 던졌다. 결혼 전에 원래 그런 사람인지 미리 알 수 없었냐고. 돌아온 대답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였다.사모펀드운용사(PEF) 사이에서도 ‘이혼’이라 부를 법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올해 초 이슈였던 바디프랜드 얘기다. 한앤브라더스는 바디프랜드 공동운용사(CO-GP)에서 해임됐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와 바디프랜드 경영권을 인수한 지 약 6개월 만에 갈라섰다.
공동GP를 맡았다가 운용사 한 곳을 교체하거나 단독 운용사로 바뀌는 일이 그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코 흔한 일도 아니다.
기관 또는 기업들의 돈을 받아 운용하는 하우스 입장에서 출자자(LP)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짝을 이뤄 출자를 이끌어 낸 GP가 불미스러운 일로 교체되면 상대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신뢰 또한 깎일 수밖에 없다.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면 향후 출자사업이나 LP 모집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스톤브릿지는 큰 용기를 냈다. 선관주의 의무에 기반해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을 감추지 않았다. LP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설득했고 총회를 열어 동의를 이끌어냈다.
운용사와 LP의 관계는 일회성이 아니기에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톤브릿지는 그 단계를 충실히 해냈다. 글로는 한 줄이지만 출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임은 자명하다.
물론 공동GP를 맡기 전에 더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으면 좋았다. 하지만 예비 신혼부부 시절 상대방의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것처럼 상대의 부정을 미리 대비하는 건 쉽지 않다.
누구나 잘못은 한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을 통해 그간의 미흡한 점을 깨닫고 이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제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의 분쟁은 마무리 단계다. 아직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스톤브릿지는 바디프랜드 인수 합병 후 통합관리(PMI)에 더 집중하고 있다.
홀로 바디프랜드를 짊어진 스톤브릿지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다시 왕좌에 올려놓는 일이다. 2007년 안마업계 후발주자로 출범했지만 10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라선 이후 수 년 간 이를 지켜왔던 바디프랜드에게 어색한 2위 자리 대신 본래의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 LP들에게 이번 일이 그저 스톤브릿지와 바디프랜드의 ‘성장통’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비로 더 단단해질 바디프랜드와 스톤브릿지의 앞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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