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를 움직이는 변호사들]자본시장 ‘퍼스트 펭귄’ 세종 서태용·박용진 변호사④국내 IPO 자문 효시, 220건 이상 트랙레코드…금융 전문성 강점
안준호 기자공개 2023-09-25 08:47:35
[편집자주]
국내 IPO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법률자문 업무를 맡는 로펌의 위상도 높아졌다. '비용'으로 인식되어 종종 생략되던 법률실사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로펌이 '리스크 전문가'로서 내부통제 체계와 ESG 경영까지 컨설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주요 변호사들을 만나 IPO 시장 진단과 로펌의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기업공개(IPO) 자문 시장 초기부터 활약한 로펌이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전담팀을 구성해 법률자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로펌 참여 ’1호 IPO’였던 한국담배인삼공사, 상장 당시 역대 최대 규모 공모였던 삼성생명 등 기념비적 딜에서 활약했다.시장을 주도했던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 업무 경력만 20년이 넘는 서태용 변호사는 현재도 IPO 자문에 참여 중이다. 지난 해에도 지투파워, 새빗켐 등 존재감이 컸던 딜을 맡았다. 14년차인 박용진 변호사는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등 IPO를 성공적으로 자문했다.
박 변호사는 신한서부티앤디리츠, 코람코더원리츠, 삼성에프앤리츠 등 상장 리츠(REITs) 업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ESR켄달스퀘어리츠 상장 과정에서 선보인 프리 IPO(Pre-IPO) 단계의 전환사채(CB) 구조 등 창의적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태용 변호사, 삼성생명 IPO 등 국내 자본시장 ‘랜드마크’ 딜 자문
서태용 변호사는 2001년 세종에 합류 직후부터 IPO 자문을 시작했다. 서 변호사는 “2000년도 전후로 국내 대기업의 공급사들이 코스닥 시장에 다수 상장하며 법률자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며 “벤처기업 중심으로 증시 호황기도 찾아오며 자연스럽게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맡은 자문 건수는 220건에 달한다.
세종 IPO팀의 자문 사례에는 이례적인 기록이 많은 편이다. 특히 금융사 IPO에서는 타 로펌을 압도하는 성적을 올린 바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 동안 국내 생명보험사의 대규모 IPO를 전담했다.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생보사였던 동양생명, 4조원 이상의 자금이 모였던 대한생명, 당시 역대 최대 공모였던 삼성생명 등이다.
이 중 삼성생명 IPO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딜이다. 삼성차 채권단의 부채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적정 기업가치가 존재했고, 규모 역시 컸다. 난관이 적지 않았지만 성공적으로 국내외 공모를 마쳤다. 법률 자문사였던 세종 역시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 서 변호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 꼽는 것 역시 삼성생명 IPO다.
공모 준비 과정에서 제기됐던 소송 리스크도 있었다. 유배당 보험상품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상장에 따른 주식 분배 등을 요구하며 법률적 검토가 이어졌다. 그는 “오랜 기간 생보사들이 유배당 상품을 판매했던 만큼 미지급 배당금을 주식 형태로 배분하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이외에도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 8개월의 상장 준비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발행사와 주관사, 자문사들이 모여 마라톤 회의를 했다”고 회고했다.

◇박용진 변호사, 모자구조·CB 사전 발행 아이디어로 상장리츠 흥행 이끌어
2009년 세종에서 자문 업무를 시작한 박용진 변호사의 전문 분야는 자본시장과 구조화금융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국내외 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 분야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완료된 대한민국 정부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사무라이본드) 발행 역시 박 변호사가 자문했다. 일본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대상으로 엔화 외평채를 찍은 최초 사례다.
IPO 시장에서는 상장 리츠를 중심으로 자문을 수행 중이다. 상장 리츠는 부동산 거래와 공모가 결합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로펌으로서도 자문이 쉽지 않은 편이다. 세종의 경우 일찌감치 부동산 대체투자그룹과 자본시장그룹 소속 변호사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리츠의 경우 국내 도입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제도적 지원이 이뤄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 상장 규정 개선 등으로 여러 가지 조치가 이뤄지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법적 규제가 불명확한 부분이 다수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가 꼽은 대표적인 자문 사례는 지난 2021년 상장한 ESR켄달스퀘어리츠다. 당시 세종은 거래구조와 규제당국 인가, 공모 관련 사안 검토 등 상장에 필요한 전 과정에 대해 자문을 제공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는 처음 등장한 물류시설 상품이었고, 규모도 조단위에 달하다 보니 업무 난이도가 높았다.
박 변호사를 비롯한 세종의 IPO팀과 부동산대체투자그룹은 당시 자문 과정에서 새로운 공모구조를 제안하며 딜 클로징에 기여했다. 자산 취득 전 공모자금을 먼저 모집할 수 있는 모자(母子) 리츠 구조, 프리 IPO 시점에 해외 투자자에게 CB를 발행하고 공모 후 전환권을 행사하는 방식 등을 도입했다. 박 변호사는 “CB로 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 해외 투자자 유치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자본시장 ‘전문성’ 강점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세종은 친숙한 이름이다. 설립자였던 신영무 변호사는 국내 첫 증권법 박사학위 소유자였다. 초창기부터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의 굴곡이 커질 때면 흐름을 선도하는 ‘퍼스트 펭귄’ 역할을 했다. 증권사의 고유 영역이던 IPO 시장에 처음 진출한 곳도 세종이었다.
국내 로펌 중 가장 먼저 IPO 자문을 시작한 만큼 세종의 트랙 레코드는 어느 곳보다 화려한 편이다. 서태용 변호사는 “증권 시장에 새로 도입된 상품 대부분이 세종 자문을 거쳐 처음 발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처음 합류했던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자본시장 자문 경험이 풍부한 선배 변호사들이 두터웠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 동안 노하우가 쌓인 만큼 특화된 자문이 가능하다. 서 변호사는 “타 로펌은 금융자문과 인수합병(M&A), IPO 자문, 소송 등 여러 업무들을 병행하지만 세종은 금융 분야의 업무가 그룹과 팀별로 세분화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종 금융 분야는 기업금융그룹, 귬융규제그룹, 프로젝트 에너지 그룹 등 3개 그룹과 8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전통을 갖췄지만 조직 문화는 민첩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리더십 세대교체 역시 빠르게 이뤄진 편이다. 지난 2021년 오종한 변호사가 경영전담대표로 선임되며 조직을 일신했다. 서태용 변호사는 “일반 기업 임원진에 해당하는 경영위원회(Management Committee) 구성원도 다른 로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다”며 “의사결정이나 업계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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