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Tracking]하이브의 '영리한' 컨콜 활용법…수퍼톤 기술력 과시박지원 CEO 목소리 구현해 컨콜 일부 진행, 투자자에게 기술 홍보 효과 노려
이지혜 기자공개 2024-02-28 15:32:31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09: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2023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기술력을 선전하기 위한 무대로 활용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가 수퍼톤(Supertone)의 기술을 활용해 컨퍼런스콜의 절반가량을 진행했다. 수퍼톤은 지난해 하이브가 자회사로 인수한 기업인데 AI(인공지능)을 활용해 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하이브가 컨퍼런스콜을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컨퍼런스콜은 기업의 비전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실적 공개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하이브가 컨퍼런스콜을 활용해 수퍼톤의 기술력과 활용방향성을 투자자에게 직접 선보인 셈이 된다.
◇컨퍼런스콜, 수퍼톤 기술력 선전의 장으로 활용
27일 하이브에 따르면 박 CEO가 26일 열린 2023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일부를 수퍼톤의 음성합성 기술 TTS를 활용해 진행했다. TTS는 ‘텍스트 투 스피치(Text to Speech)’의 약자로 문장을 타이핑하면 1초 안에 해당 문장을 읊어주는 음성이 생성되는 기술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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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CEO는 앞서 본인의 목소리를 AI기술로 복제, TTS 기술을 활용해 컨퍼런스콜의 절반가량을 진행했다.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Q&A만 박 CEO와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진행했다.
하이브 IR 관계자는 “오늘(26일) 실적 발표는 박 CEO가 직접 말한 게 아니라 수퍼톤의 AI음성 합성 기술인 TTS를 활용해 발표했다”며 “투자자에게 수퍼톤의 기술 수준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알린 것은 Q&A(질의응답)을 진행하기 바로 직전이다. 투자자가 사전정보 없이 컨퍼런스콜을 듣게 함으로써 수퍼톤으로 구현한 목소리가 박 CEO의 실제 음성과 흡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AI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을 잘 들었다”며 “수퍼톤의 우수한 AI보이스 기술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퍼톤, 하이브 솔루션부문의 핵심축으로 성장 ‘기대’
하이브가 수퍼톤에 거는 기대는 크다. 박 CEO는 지난해 초 수퍼톤 지분 인수를 발표하며 “하이브가 첫 투자를 단행한 지 2년 만에 수퍼톤이 비약적으로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며 “극사실적 연기와 가창을 가능케하는 수퍼톤의 AI음성 합성 기술에 하이브의 제작 역량을 접목해서 선보일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2/26/20240226192829088.jpg)
수퍼톤은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인데 하이브는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왔다. 2021년 수퍼톤이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할 당시 40억원 규모로 참여한 게 시작이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수퍼톤의 성장에 확신을 갖고 400억원 넘는 돈을 더 들여 지분 56.1%를 최종 취득했다. 하이브가 수퍼톤 지분 인수에 들인 돈은 약 500억원에 가깝다.
하이브에 따르면 수퍼톤은 AI오디오 기술을 활용해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노래나 연기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은 물론 TTS처럼 실시간으로 소리를 구현할 수 있을만큼 발전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수퍼톤의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고자 적극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프로젝트L'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5월 빅히트뮤직의 아티스트 그룹 에이트(8eight) 멤버인 이현씨가 발표한 ‘마스커레이드’ 싱글앨범에 수퍼톤의 기술을 적용했다.
해당 앨범에는 남성 아티스트가 본인의 창법과 가창력으로 노래한 것을 여성의 음색으로 바꾸는 기술과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이 적용됐다. 마스커레이드가 전세계 최초로 6개 언어로 음원을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하이브는 수퍼톤의 기술이 솔루션부문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솔루션부문은 아티스트의 음악에 기반해 공연, 영상콘텐츠, IP(지식재산권),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영역을 가리킨다. 예컨대 수퍼톤의 기술을 활용해 인기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구현, 게임 등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솔루션사업을 고도화하면 아티스트가 공백기나 휴식기를 보내더라도 팬을 위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함으로써 팬덤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공백기에도 아티스트와 하이브는 수익을 내고 팬은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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