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젝트펀드 앵커를 서줄 곳이 요즘 어디에 있는가. 근래 중소 프라이빗에퀴티(PE) 펀드에 앵커를 서겠다는 출자자를 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만났던 한 기관투자자(LP) 관계자의 전언이다.중소PE 딜 공백이 본격화됐다. 예견된 일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단골 앵커 LP'였던 새마을금고의 출자 중단이 직격탄이다. 블라인드펀드가 없는 PE 다수가 앵커를 찾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투자금을 충당하고자 클럽딜을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 중소PE가 신규 딜을 종결했다는 소식은 근래 들어 찾아보기 어렵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적잖은 딜이 중소 하우스들의 몫이었던 것과는 상반된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PE 조력자인 자문사, 인수금융 관계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전반기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토로가 단순 엄살이 아닌 셈이다.
'큰 손' LP는 대부분 블라인드펀드 출자를 선호한다.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할 만한 규모 있는 PE 외에는 기회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LP가 검증된 PE에 신뢰를 보내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중소 하우스 프로젝트펀드 결성에 총대를 매려면 LP로서는 큰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현장서 만났던 관계자들은 후발주자에 불리해진 출자시장 환경을 지목한다. 2021년 말 개정 자본시장법이 새로 시행되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 LP 문턱이 높아졌다. 기존 LP, 금융투자상품잔고 100억원 이상 상장사 등으로 제한됐다. 중소형 PE가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채널도 그만큼 줄었다.
과거부터 시장 주도자는 블라인드펀드를 갖춘 중형급 이상 PE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찾지 않는 틈새를 중소 PE가 찾아 메웠다. 그 가운데 소위 '똘똘한' 신생 PE가 등장해 중형 하우스로 올라서는 선순환도 이뤄졌다.
그러나 PE 성장 스토리도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고금리 직격탄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블라인드펀드 없이 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블라인드펀드를 기준으로 양극화가 본격화됐다. 출자환경이 중소 PE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지적이다. 후발주자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우려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혹자는 평한다. LP는 돈을 잘 벌어줄 PE를 찾는 게 중요하지, 시장 생태계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고. M&A 호황으로 신생 PE가 우후죽순 늘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그럼에도 다양성은 중요하다. 그간 사례들을 반추해보면 중소 PE가 중대형 PE보다 투자를 못한다는 법은 없다. 후발주자가 나타나 기존 플레이어와 경쟁해야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은 여러 산업에서 증명됐다. 회원과 국민 자금을 불려야하는 LP도 마찬가지다. 시장 참여자들이 운용사 생태계를 주시해야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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